[기고] 오징어게임과 지역문제해결 플랫폼

  • 김영철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동추진위원장·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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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30   |  발행일 2021-09-30 제10면   |  수정 2021-10-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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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동추진위원장·계명대 교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공정한 게임이라는 가면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막장의 서사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에 내던져진 사람들은 거액의 상금을 위해 필사적인 데드 게임을 벌인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그동안 현실에서 감당해 온 다른 많은 게임과 비교하여 그나마 최소한의 공정성이 확보된 플랫폼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공정한 경쟁을 조건으로 하여 작동하는 시장에 대한 야누스 얼굴의 다른 페르소나이다.

내가 오징어 게임에서 특히 환기하고 싶은 장면은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남자가 목숨을 걸고 벌이는 마지막 게임이다. 눈 내리는 거리에 사람이 쓰러져 있고 죽어가고 있다. 행인들은 별일 없는 듯 지나치고 있다. 내기의 승부는 누군가가 나타나 쓰러진 사람을 구해주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이 희망을 거두려는 마지막 찰나에 조금 전 그냥 지나쳐 간 노랑머리가 경찰을 대동하고 나타나 거리의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돈을 굴리는 일이 직업이라는 남자는 게임에 지고 죽고 만다.

나는 지극히 신파적으로 보이는 이 장면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 본래의 주제를 발견한다. 공공(경찰)과 민간(노랑머리)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시장과 정부 혹은 기타 플랫폼이 수행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실효성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오징어 게임의 비인간적인 모든 절망의 순간에서도 인간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었던 휴머니즘의 구체적인 실체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운 것은 경찰과 노랑머리의 두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본 공동체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의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이다.

사람과 사람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휴머니즘을 실천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서로 만나는 지극히 신파적이지만 그러나, 너무나 절실한 이러한 유형의 서사를 우리는 일상에서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작은 출발로서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라는 거버넌스 조직이 만들어졌다. 이 새로운 플랫폼은 지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함께 사회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복원을 위한 희망의 플랫폼이다.
김영철 <대구지역문제해결플랫폼 공동추진위원장·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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