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기획] 구상, 장덕조,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6.25전쟁의 포화 속에 영남일보와 함께한 사람들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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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9 21:44  |  수정 2021-10-0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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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펜으로 뜻을 펼쳐낼 분출구가 많지 않았던 시절, 영남일보는 뜻과 재능을 갖춘 지식인들의 둥지였다. 한국문단의 거목 시인 구상은 주필 겸 편집국장을 지냈고, 여성 종군기자 장덕조는 문화부장으로 일했다.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청록파 시인들과 김동리, 정비석 등 소설가들도 영남일보와 인연을 맺고 한 시대를 기록했다.

 

▶구상(주필 겸 편집국장)
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프랑스에서 선정한 '세계 200대 문인'에 뽑혔고 1999년과 2000년에는 노벨문학상 본심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 시단에서 그의 족적은 지금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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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조


시인이기 전에 그는 강직한 언론인이었다. 6·25전쟁 때는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의 주간으로 일하며 종군작가단을 이끌었다. 특히 그가 1·4후퇴 직후, 피란보따리를 푼 곳이 영남일보였다. 당시 그는 고현잡화(考現雜話), 각설일필(却說一筆) 등 영남일보의 고정 칼럼난에 기명기사를 쓰며 시대의 참상을 증언했다. 이후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을 맡아, 독재성을 드러낸 이승만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기관원들이 그의 집에 난입해 권총을 겨누며 압박하기도 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53년에는 영남일보에 쓴 원고를 엮어 발간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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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회평론집 '민주고발'로 인해 필화(筆禍)를 겪어야 했고, 결국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장덕조(문화부장)
경북 최초의 여기자이자, 6·25전쟁을 취재한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다. 장덕조가 영남일보와 인연을 맺은 것은 6·25전쟁 때문이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홀로 어린 7남매를 이끌고 대구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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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


그가 대구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영남일보는 '장덕조를 찾는다'는 광고를 내 수소문했다. 변변한 옷 한 벌이 없던 장덕조는 소설가 최정희에게 새 저고리를 빌려 입고 영남일보로 향했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영보는 문화부장 자리를 맡겼다. 영남일보 기자가 된 장덕조는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1인 5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화부장이면서 사회면 기사도 썼다. 사설도 썼다. 지방신문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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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투리를 바로잡겠다면서 정치면과 사회면의 교정까지 보았다.  

 

장덕조는 훗날 회고록에서 "나는 영남일보 시절을 한평생 잊을 수 없다. 그 좋은 인심, 그 같은 세상이 다시 이 지상에 구현될 날이 있을까"라며 솟구치는 그리움을 고백했다.

 

▶청록파 시인 등 한국문단의 거목들
영남일보는 6·25전쟁 중 대구에 둥지를 튼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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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

청록파 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을 비롯해 정비석, 마해송, 김팔봉, 김소운, 최정희, 최인욱, 최태응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신문사에 북적였다. 영남일보는 문인들에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지면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당시 영남일보는 전쟁 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발행된 전국유일의 신문이었다.  

 

마땅히 작품을 발표할 매체가 없었던 문인들에게는 오아시스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작품이 이 시절 쏟아졌고, 전선문학은 영남일보를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청록파 시인들은 시는 물론 수필과 비평을 수시로 지면에 발표했고, 소설가 김동리는 '스딸린의 노쇠(老衰)'를 연재하기도 했다. 

 

육군종군작가단으로 활동하던 정비석이 영남일보에 연재한 '여성전선(女性戰線)'은 연재 도중 영화화하기로 결정되었고, 전쟁 이후인 1957년 김기영 감독에 의해 실제 영화로 제작됐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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