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 미얀마 사원 한국인 디라 스님 "이번 미얀마 민주화 투쟁은 다를 것"

  • 진정림 시민기자
  • |
  • 입력 2021-10-11   |  발행일 2021-10-20 제13면   |  수정 2021-10-12 09:18
2008년 미얀마로 가서 출가
10여년 이상 미얀마에서 생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올해 4월 이곳으로 돌아와서 머물러
2021101101000306500012221
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에 위치한 찟따수카 사원
2021101101000306500012222
미얀마에서 온 한국인 승려 디라 스님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달구벌대로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찟따수카 미얀마 사원'이라는 공간을 성서공동체FM '라디오 사람책' 제작팀과 함께 찾았다. 사원 입구에는 한국어와 영어로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에 대한 학살과 탄압을 중단하라"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은 미얀마인들이 모여 법회를 보는 불교사원이기도 하고 미얀마인들의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 계신 한국인 승려 디라 스님(49)을 만났다. 그는 한국인임에도 2008년 미얀마로 가서 출가를 하고 미얀마의 불교전통을 따라서 생활하는 스님이 돼 10여년 이상 미얀마에서 생활을 하던 중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올해 4월 이곳으로 돌아와서 머물게 됐다고 한다. 이 찟따수카 사원은 2018년 대구와 경북 미얀마인 노동자들 100여명이 그들의 첫 월급을 고스란히 모은 돈 1억5천만원으로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해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사단법인 '마나빠다이 불교센터'란 이름으로 등록이 돼 있고 그 과정에서 디라스님의 역할이 있었다고 한다. 서울이 고향이고 누가봐도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스님이 무슨 연유로 이곳 대구의 미얀마사원에서 미얀마인들과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유복한 집안의 5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세상은 온통 풍요로운 사람들만 존재하는 곳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을 하고 짝이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목격한 이후로 충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빈곤'이 그의 삶의 화두 중 하나라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철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완고한 부모님의 뜻을 꺾지 못하고 전자공학과에 진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대학시절인 23세 때 출가를 결심했고 주위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14년이 흐른 37세때 스승의 권유로 미얀마에서 수행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얀마의 승려들이 행하는 '의지수행기간' 5년을 채우고 승려로서의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할 무렵 출가하기 전 한국에서 해왔던 도서관 관련 교육문화 사업을 미얀마에서 펼치기로 결심을 했다. 하지만 미얀마는 전기보급, 출판산업을 비롯해 에어컨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미얀마의 습한 기후에 책에 곰팡이가 썰기 일쑤였다. 한국에서처럼 그림책 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의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마주이야기 활동'을 할 수 있는 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했다.

올해 10월 첫 교사 배출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난 2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인해 안타깝게도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군부 쿠데타로 파업한 교사들이 모여 비디오클립 형태로 영상 교육자료를 만드는 등 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디라 스님은 몸은 한국에 있지만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린이 잡지 만들기'와 '인터넷 학교 플랫폼 작업' 등 미얀마에 있는 그들에게 SNS로 소통, 끊임없이 아이디어 제공을 하고 있고 '한국의 EBS와 같은 교육방송국을 미얀마에 만드는 것이 꿈' 이라고 말한다.

대학을 다닐 때는 운동권 학생이기도 했고 30대에는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냉혹했던 그가 도서관 관련 활동을 하기 위해 그림책을 접하면서 그림책이 주는 지혜에 매료됐다. "역사 속에서 성인군자만 있었다면 그 지혜로운 말씀이 당대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 말씀들이 그림으로, 노래로, 다양한 예술로 융합돼 풍부해졌기 때문에 오래오래 전해져 왔을 것"이라며 "다른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그림책이 해준다고 믿는다"고 말하는 그는 현재 '이야기스님'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스토리텔러로도 활동중이다.

최근에는 성서공동체FM과 연이 닿아 한국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과정을 기록하고 세인들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한 '아띤타바 미얀마'(힘내라 미얀마)'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찟따수카 사원의 미얀마 노동자와 유학생과 함께 지난달 첫방송을 했다. 이모든 과정을 블로그나 유투브, 페이스북에 기록을 남기고 그들을 독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라 스님에게 문화교육 활동을 펼치는 이유를 물었다.

"미얀마의 젊은이들이 변하고 있다.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의 문화를 접한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됐다. 미얀마라는 좁은 공간에서 인터넷을 통해 다른 세상을 접하고 상상하는 힘이 생겼다. 그들의 상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문화 예술에 있다고 본다. 과거의 미얀마 민주화 과정은 두세달 짧게 끝났지만 이번의 민주화 투쟁은 장기화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다른 세상을 경험한 미얀마의 젊은 세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민주화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이력은 성서공동체FM 기획시리즈 '라디오 사람책 -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오는 19일(화) 오전 11시에 소개된다.

글·사진=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