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연이자 30억' 채무 청산…재정 악순환 끊고 신사업 토대 마련

  • 마준영
  • |
  • 입력 2021-10-13 07:32  |  수정 2021-10-13 08:47  |  발행일 2021-10-13 제3면
칠곡군 '백선기 군수 10년 성과'와 향후 과제
명운 건 대형 국·도비 사업 본격 유치
6·25전쟁 콘텐츠로 '호국 브랜드' 선점
U자형관광벨트 수익모델 개발 숙제로
도심재생·문화도시 시너지 이끌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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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내에는 인문학·문화도시·도시재생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이 산재해 있다. 자치단체 사회공헌 활동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6·25전쟁 참전국 에티오피아에 대한 보훈 사업의 지속 여부도 관심사다. 칠곡군은 에티오피아 디겔루나 티조에 이어 짐마케네티에 두 번째 칠곡평화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6월 3선 연임 제한으로 백 군수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칠곡군이 역점 추진해 온 각종 사업에 대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차기 군수가 이들 사업을 완성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칠곡군의 그동안 주요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해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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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기 칠곡군수가 2017년 에티오피이아 디겔루나 티조를 방문, 현지 초등학교 도서관 준공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경. 〈칠곡군 제공〉

◆재정 건전성

백선기 군수 취임 원년인 2011년 칠곡군은 전국 82개 군(郡) 단위 자치단체 중 예산 대비 채무비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한 해 이자로만 3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심지어 시중 금리보다 훨씬 높은 6% 이상의 고이율 지방채도 떠안고 있었다. 무엇보다 '재정불건전단체'로 낙인이 찍혀 군민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칠곡군은 2012년부터 '채무제로화 재정건전화 로드맵'을 마련해 채무 청산 작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냈다. 부채상환을 위한 재원은 고질 체납세 징수·낭비성 예산 감축·행사 경비 절감·선심성 보조금 관리강화 등을 통해 마련했다. 군수 관사를 매각하고 부채상환을 위해 각종 '경상경비 10% 절감'을 실천해 매년 8억원의 비용을 아꼈다. 이를 통해 재정 건전성이 향상되자 지역의 명운을 결정할 대형 국·도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유치되기 시작했다. 2018년 군비 부담 일반채무를 전액 상환해 국·도비 사업과 코로나19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군의 재정 건전성 확보로 차기 군수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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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기 칠곡군수가 2017년 에티오피이아 디겔루나 티조를 방문, 현지 초등학교 도서관 준공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칠곡호국평화기념관 전경. 〈칠곡군 제공〉

◆호국보훈사업

칠곡군은 6·25전쟁 당시 55일간 혈전이 벌어진 곳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전세를 역전시키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평화의 도시다. 군은 이를 토대로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물론 도시 정체성을 알리고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위해 호국과 평화를 브랜드화시켰다.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지원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호국 브랜드를 선점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호국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호국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사업 추진에 심혈을 기울여 온 백선기 군수의 임기가 내년 6월 만료되고, 정쟁에 따른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부동전적기념관에 이승만 전 대통령과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동상 건립을 두고 보수 인사들이 중심이 된 민간단체는 찬성을, 광복회 등은 반대하면서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칠곡군은 일단 여론을 수렴한 뒤 동상 건립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래저래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칠곡U자형관광벨트사업

칠곡군은 호국평화의 도시로 유명하지만 호국의 다리와 다부전적기념관을 제외하면 도시의 정체성을 상징할 뚜렷한 인프라가 없었다.

이에 백 군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천400억원을 투입, 칠곡U자형관광벨트 조성에 들어갔다. U자형관광벨트는 호국·평화 스토리를 기반으로 역사와 안보, 자연과 생태, 문화·예술을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단지로 3㎢에 달하는 대규모 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칠곡호국평화기념관·칠곡보생태공원·칠곡보오토캠핑장·칠곡보야외물놀이장·관호산성 둘레길·꿀벌나라 테마공원·향사아트센터·한미우정의 공원·애국동산 다목적광장·음악분수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공예테마공원과 U자형관광벨트 교차점이자 출발점인 호국의 다리 일대 개발과 정비를 마무리하고 관광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칠곡U자형관광벨트의 주요 관광지가 칠곡보생태공원 인근 지역에 위치해 왜관 원도심 상권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차기 군수는 전임 군수가 조성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확충하고 굿즈 판매 등의 수익모델을 개발해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인문학·문화도시·도시재생

칠곡군이 미래 신성장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에 중심을 둔 지역 균형 발전과 군민과의 소통이다. 문화를 통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구도심 공동화 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노후 주거지와 쇠퇴한 원도심을 활성화시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칠곡군 왜관읍은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2023년까지 4년간 총 167억원(국비 100억원·지방비 6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왜관읍에 이어 약목면도 사업 대상지 선정을 위해 예비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제3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에 도전해 '예비 문화도시'에 선정됐다. 1년간 예비사업을 추진한 후 심의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거쳐 법정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5년간 1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사업과 관련한 종합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 밖에도 칠곡군은 평생학습·칠곡할매글꼴 등의 인문학 사업을 펼쳐 전국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인문학과 문화도시는 소프트웨어, 도시재생은 하드웨어 사업으로 각 사업이 추구하는 기본 목적이 다르긴 하지만 연계성이 떨어지고 중복된 사례도 많다"며 "전문성을 보강하고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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