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2015·미국·영국)

  • 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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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39면   |  수정 2021-11-26 09:10
한 여인의 성장, 그리고 사랑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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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의 조건을 생각해본다. 예술영화도 좋지만 모름지기 영화란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이야기와 실력 있는 감독의 조합이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는 토마스 하디의 소설 그리고 덴마크가 자랑하는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만남이다. 19세기 영국의 전원 풍경과 함께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가 영화 보는 재미를 안긴다. 동시에 사랑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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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시인·심리상담사
1870년대 영국 남부 웨식스, 독립적인 성품의 밧세바 애버딘을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로 토마스 하디에게 처음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안긴 소설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러브스토리'(가디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피터 박스울)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러 번 영화화되었으며, 토마스 빈터베르그 연출작은 타임지 2015 상반기 베스트 11에 선정되었다. 영화에서는 소설 장면이 많이 생략돼 아쉽다. 하지만 밧세바와 오크,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사랑 이야기는 오히려 선명해졌다. '우정에서 사랑으로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는 어느 평론가의 말이 주제를 잘 드러낸다.

가장 눈길이 가는 장면은 밧세바가 성실한 양치기 오크를 거절하고 매력적인 외모의 군인 트로이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토마스 하디는 '트로이의 결점은 여성의 눈으로 간파할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숨어 있다'고 말하며 '광산에 묻힌 보물과도 같은 미덕을 갖춘 수수한 오크와 대조적'이라고 표현한다. 오늘날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빠져드는 사례를 확인하게 되는데 19세기 남성이 이렇게 보편적 진리(?)를 펼쳐 보이니 작가의 통찰력은 역시 놀랍다. 고전의 힘이란 시대를 꿰뚫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오늘날 수없이 되풀이되는 이야기, 혹은 드라마의 원형이라 하겠다. 아름답고 똑똑하지만 허영심이 있는 밧세바 역의 캐리 멀리간, 성실하고 한결같은 오크 역의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트로이 역의 톰 스터리지 등 배역에 어울리는 인물들이 영화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집착하는 왜곡된 사랑을 보여주는 볼드우드 역 마이클 쉰도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오랜 시간 많은 어려움을 겪은 오크와 밧세바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이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후 결혼식 장면도 촬영했지만 편집에서 잘려 나갔다. 덕분에 기억에 남는, 더욱 매력적인 엔딩이 되었다. '더 헌트'를 비롯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뛰어나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막 연애를 시작한 청춘남녀에게 보기를 권하고 싶은 영화다. 시대와 풍속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라는 제목은 토마스 그레이의 시(1757년)에서 가져왔다. 산업혁명 이후의 요란한 도시에서 조용한 전원으로 떠나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난 무리 같은 격동의 시간들을 지나 참된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는 밧세바의 인생 여정을 상징한다고 해석해본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중요한 것은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던가. 토마스 하디가 말하는 한 여인의 성장과 사랑의 의미 그리고 '우정이 포함된 견고한 사랑'을 확인하시기 바란다. 영화로 재미있게 보고 소설로도 읽는다면 한층 더 깊이 있게 다가올 것이다.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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