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 10년 이준복씨 "가슴 부분 비치는 팥 농도 적당해야 맛있게 구워진 것"

  • 김채한 전 달성문화재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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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8   |  발행일 2022-02-18 제38면   |  수정 2022-02-18 08:14

김채한.붕어빵-11

"붕어빵 고르는 팁 알려드릴까?"

영선시장과 남대구우체국 사이 골목 어귀에서 붕어빵을 10년째 굽는 이준복(79·사진) 할아버지는 "우선 붕어빵 가슴에서 비치는 팥이 너무 진해도 안 되고 너무 연해도 안 된다"며 적당해야 붕어빵 제맛이 난다고 한다. 진하면 팥이 너무 들어간 것으로 붕어가 허물해지기 쉽고, 연하면 밀가루 반죽이 많이 들어가 단단한 느낌을 준다는 것. 하루 8시간 안팎 꼬박 서서 일하는 고행이지만 요즘은 젊은이들이 더 선호해 오히려 전보다 더 신나게 일할 수 있어 피로도 되레 줄어드는 것 같다고 한다.

붕어빵은 찍어내는 틀 때문에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그러나 가게마다 반죽하는 방법마다 재료 쓰는 양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한다. 손님들이 붕어빵 잘 구우니 붕어낚시도 잘할 것이라 여기지만 "나는 낚시는 전혀 몰라요. 그래도 붕어빵 굽다 보니 단골손님 중에는 낚시꾼들도 더러 있어 붕어가 10㎝ 안팎이면 단호박, 15㎝급은 감잎, 20㎝ 내외는 한 뼘 정도로 안다"고 했다.

붕어빵 값이 너무 싸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아요. 재료값이 많이 올랐지만 아직은 이 가격도 좋아요. 가뜩이나 코로나로 길거리 사람들이 많이 줄었는데 더 줄면 힘들어요."

한때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느냐 꼬리부터 먹느냐, 아니면 허리부터 먹느냐로 인터넷을 달구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게 그거라는 결론이 났다. "나는 잘 굽는 데만 신경을 썼지 그런 논쟁은 관심 없다"면서도 목장갑으로 구운 붕어빵을 빵틀에서 끄집어낼 때 늘 감촉이 너무 좋다고 한다. "날씬한 붕어를 구상적인 작품인 양 만질 때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의 그 곡선미를 우리의 삶 속에서도 늘 느끼며 살고 싶다"는 이 할아버지는 "비록 많은 나이지만 나이 들수록 붕어빵 하나만큼은 다른 가게보다 더 잘 구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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