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지하철참사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게 진정한 위로입니다"

  • 이준희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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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9  |  수정 2022-03-01 11:52  |  발행일 2022-03-09 제13면
19주기 맞아 오오극장서 다큐 '세월' 상영

딸 잃은 황명애 희생자대책위 사무국장

"사고 수습은 외부 독립기구가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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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월17일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찾은 시민들이 다큐멘터리 영화 '세월'을 관람한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

"그날을 생각하면 딸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황명애(66·경북 고령) 사무국장.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만 떠올리면 눈물이 어김없이 앞을 가린다. 막 고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위해 길을 나섰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아직도 마음속에서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지하철참사 19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월17일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중구 국채보상로)에서 황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집에서 나선 길이 (딸의)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딸이 떠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투쟁은 했나라는 생각에 항상 미안하다"고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황 사무국장은 사고 직후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유족 모두가 경황이 없어 아무것도 못 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사고 수습 국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가해자에 의한 사고 수습이 아닌 외부인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또 처벌 받아야 할 사람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사무국장에 따르면 유가족 대부분이 참사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전반적으로 생활이 피폐해졌다. 최근엔 그동안의 스트레스로 암이 발생해 유명을 달리한 유족도 늘고 있어 황 사무국장 마음은 하루도 편치 못하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추모비·추모공원 등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데 대형 참사 유가족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희생된 이들의 명예"라며 "온 국민을 아프게 하는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고 안전한 나라로 이행하기 위해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하나하나 정비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오오극장에서는 가슴 먹먹하지만 아주 뜻깊은 영화 한 편이 상영됐다.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부터 멀리는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까지 국가적 대형 참사를 겪은 유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세월'이다. 영화를 관람한 시민 대부분은 영화 속 등장하는 유족의 아픔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국가 대형참사의 심각성과 평소 안일하게 넘겼던 안전불감증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서 장민경(32·서울) 감독은 "영화를 따라가면 아픈 기억을 왜곡 또는 망각시키려는 세력도 등장하는데. 제작할 때도 그 부분에서 참 힘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도 주제에 올랐다. 한 시민은 "그 짧은 한마디야말로 유가족에게는 더한 폭력으로 다가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대형 참사에 희생된 유가족을 위로하고 같이하는 마음이라면 '그날'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하나 같은 마음이다.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게 가장 큰 위로다.


글·사진=이준희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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