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이춘호 '한식 삼천리'] 대구식 헛제삿밥 같이 드실래요? (2)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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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4   |  발행일 2022-03-04 제34면   |  수정 2022-03-04 09:03
3적·3탕·3색 나물 기본상차림…조기 올리고 반드시 '상어 돔배기' 올라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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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오른쪽)식생활문화연구소장과 요리연구가 김영은씨가 대구식 헛제삿밥 재현을 위해 남구 이천동 한 너와집에서 재현된 상을 앞에 두고 헛제삿밥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사상이 그렇듯 나물 가짓수도 반드시 홀수여야 하고 한번 무치고 나면 절대로 다시 무치지 않았으며 간장·깨소금·참기름 외에 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마른 찬으로는 민물고기나 조기 등을 약간 말려서 쪄냈다.

탕국은 생선 대가리 남은 것을 전유어(부침개)와 함께 끓여서 냈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찬은 내놓지 않는 데 비해 헛제삿밥에는 배추김치라든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찬이 올려진다. 헛제삿밥은 차려 놓은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놋대접에 삼채 나물과 탕국, 고소한 참기름을 넣고 비벼 조상과 자손이 함께하는 '신인공식(神人共食)'의 의미가 있다.

잔칫날·명절·제사때 돔배기 재료
찜으로 만들거나 산적으로 요리
모양 따라 '바대산적' '써래산적'
조리법과 맛 차별화 돔배기탕국
문어숙회·청어찜·닭찜·김치 세팅

차세대 힐링푸드 전도사 김영은씨
지역정서 맞는 대구 헛제삿밥 재현
탕국·돔배기·간장이 맛 좌우 핵심
추가 메뉴 개발 일반에 공개키로


◆복잡다단한 제상 차리기

탕은 오늘날의 찌개라고 할 수 있다. 소고기·생선·닭고기 중 한 가지만을 택하여 조리한다. 양념에 파, 마늘, 고추 등을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탕의 수를 1, 3, 5의 홀수로 하였고 탕의 재료로 고기, 생선, 닭 등을 사용하였다. 3탕일 경우는 육탕·어탕·계탕을 준비하였는데 모두 건더기만 탕기에 담았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국물과 같이 올리는 일도 있으므로 편리한 대로 한다.

헛제삿밥은 국물 그대로 올리는데, 육·어·소를 함께 넣어 한 그릇에 끓이기도 한다. 기름에 튀기거나 부친 것으로 육전, 어전, 소전(두부전) 등 세 종류를 준비한다. 옛날에는 적과 함께 계산하여 그릇 수를 홀수로 만들고자 전은 반드시 짝수로 만들었다. 전과 적을 합하여 홀수가 되어야 하는 것은 재료가 고기, 생선 등 '천산(天産)'이기 때문에 양수인 홀수에 맞춘 것이다.

육전은 소고기를 잘게 썰거나 다져서 둥글게 만들어 계란을 묻혀 기름에 부친다. 어전은 생선을 저며 계란에 담가 기름에 부친다. 소전은 두부를 직사각형으로 썰어 번철에 지진다.

적은 구이로서 제수 중 특별식에 속한다. 옛날에는 육적·어적·계적, 이렇게 세 적을 세 번의 술잔을 올릴 때 바꾸어 구워서 올렸으나 오늘날에는 한 가지만 준비하도록 하고 올리는 것도 처음 진수 때 함께하고 잔을 올릴 때마다 따로 하지 않는다.

육적은 소고기를 2~3등분 하여 길게 썰어 소금구이하듯 익혀 사각 접시에 담는다. 어적은 생선 2~3마리를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익혀서 사각의 접시에 담는다. 이때 머리는 동쪽으로 하고 배는 신위 쪽으로 가게 담는다. 지방에 따라 반대로 하기도 한다. 계적은 닭의 머리·다리·내장을 제거하고 구운 것으로 등이 위로 가게 하여 사각의 접시에 담는다. 적을 올릴 때는 '적염(炙鹽)'이라 하여 찍어 먹을 소금을 접시나 종지에 담아 한 그릇만 준비한다.

숙채는 익은 채소. 한 접시에 고사리, 도라지, 배추 나물 등 3색 나물을 곁들여 담는다. 또는 각기 한 접시씩 담기도 한다. 추석 때는 배추·박·오이·호박도 푸른색 나물로 쓰는데 역시 마늘·고춧가루는 양념으로 쓰지 않는다. 김치(침채)는 희게 담은 나박김치를 보시기에 담아서 쓴다. 고춧가루는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간장(청장)은 맑은 간장을 놋 종지에 담는다. 전통적으로 제사에 쓰는 과일은 대추·밤·감·배였으므로 이것들을 꼭 준비하고 그밖에 계절에 따라 사과, 수박, 참외, 석류, 귤 등의 과일을 1~2종 준비하면 충분하다. 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등 생소한 수입 과일은 일절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옛날에는 과일이 '지산(地産)'이라 하여 그릇 수를 음수인 짝수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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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금산면에 있는 진주 유일의 헛제삿밥 한 상 차림. 여긴 안동과 달리 돔배기·고등어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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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헛제삿밥의 차림

헛제삿밥의 메뉴는 대구경북 지방의 제수 음식을 기본으로 한다. 기본적인 상차림으로 3적(육적, 어적, 소적(두부적)), 봉적(닭찜)과 3탕(명태, 건홍합, 피문어), 3색 나물(숙주, 고사리, 시금치), 문어숙회, 김치, 상어 돔배기, 밥, 국 등이 올라간다.

구한말까지 대구 헛제삿밥이 유명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는 대구경북의 제례 음식문화를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대구의 헛제삿밥에는 조기가 올라가고, 청어 철에는 청어가 올라가지만 반드시 올리는 게 '상어 돔배기'다. 지금도 경상도 사람들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나 잔칫날, 그리고 명절과 제사 때에는 꼭 돔배기를 상에 올린다. 특히 대구의 제사상에 올리는 돔배기를 만드는 상어는 '양지'라 해서 귀상어를 제일로 친다. 돔배기를 쪄 올리기도 하지만 보통 돔배기 산적으로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돔배기를 꼬치에 가지런히 꿰어 식용유를 두른 팬에 굽는다. 경상도 사람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먹어온 익숙한 맛으로 타 지역에선 맛보기 어려운 '솔 푸드(soul food)'다.

돔배기 산적도 모양에 따라 '바대산적'과 '써래산적'이 있다. 아이 손바닥에서 어른 손바닥 크기로 형편에 따라 썬 돔배기를 세 개에서 다섯 개씩 꼬챙이에 나란히 꿴 '바대산적'은 일반적인 제사상에 올린다. 산적으로 쓰기에 애매한 뱃살은 수육으로 하거나 전을 부치기도 한다. 써래산적은 조상의 묘를 찾아 가 지내는 묘제 때 올린다. 써래산적은 폭 5㎝, 길이 25㎝ 정도로 길게 썬 돔배기를 각각 하나씩 꼬챙이에 꿴 것이다. 골동반에는 이 써래산적을 반드시 올린다. 헛제삿밥이나 골동반 모두 음료로는 감주(甘酒), 즉 식혜를 올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게 '돔배기탕국'이다. 이건 조리법과 맛이 타 지역과 차별화되어 있다. 돔배기탕국은 우선 돔배기 뼈를 푹 끓여 국물을 낸 다음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깍둑 썰기한 무를 넣고 미리 준비한 국물을 부어 끓이다가 '두치(돔배기 껍질)'와 두부를 넣고 다시 끓여 낸다.

정리하자면 대구 헛제삿밥의 기본 상차림은 밥과 돔배기탕국, 돔배기찜, 문어숙회, 조기나 청어찜, 바대산적, 써래산적, 봉적(닭찜)·소적(두부적), 삼색나물, 김치 등으로 세팅하면 된다.

◆대구 헛제삿밥 재현

아직 영남 지역은 유학의 후습이 두터워 고인을 기리는 기제사를 지내는 가정이 상당하다. 제사 후 음복을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다들 엄지 척 하면서 일반 식당에 가선 이런 맛을 절대 접할 수 없다고 탄성을 자아낸다. 그런데 여느 한식당에서는 왜 헛제삿밥을 팔지 않을까? 제사음식이란 선입견 때문일까? 대구와 달리 안동에서는 여전히 헛제삿밥 전문점이 힘을 받는다. 안동국수·간고등어·안동식혜가 헛제삿밥과 함께 세트로 움직인다. 안동이 단연 헛제삿밥 총사령부 같다.

대구에서도 제대로 된 헛제삿밥 시대를 열어보자. 그렇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있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소장, 그로부터 대구 헛제삿밥 레시피를 전수 중인 차세대 힐링푸드 전도사인 김영은(37)씨다. 그녀는 성균관대 생활과학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푸드블로거(양생수까락)로 활동 중이다. 한식·양식·중식·일식 조리·제과제빵기능사, 국제약선사, 한국차감정사 등 팔색조 셰프 같다. 그녀는 몸과 맘이 동시에 망가지는 코로나 시국을 딛고 자신만의 '힐링푸드촌'을 짓는 게 꿈이다. 둘은 몇 달에 걸쳐 지역 정서에 맞는 대구식 헛제삿밥을 재현했다. 지난달 21일 남구 이천동의 한 너와집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진 촬영 겸 시식을 위해 미리 요리해 온 음식을 법식에 맞게 상에 옮겨 담았다. 써래·바대 돔배기 산적, 조기, 삼색 나물(고사리, 시금치, 무), 두부전, 소고기 산적, 탕국, 백김치, 식혜, 그리고 복판에 지렁(집간장)을 담아 놓았다.

김 소장이 김씨에게 수저 놓는 법을 가르쳐준다. "일반 식당처럼 수저를 놓으면 곤란해요. 앉은 사람의 오른쪽 귀퉁이에 가로 방향으로 그것도 가장자리에서 2.5인치 정도 밖으로 나오도록 세팅을 해야 된다"고 강조하자 김씨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탕국과 돔배기, 그리고 간장이 맛을 좌우한다고 했다. 밥을 비며 먹을 때도 '고추장, 그리고 계란 프라이는 맛을 망치니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안동은 간고등어이지만 대구 정서는 아직 조기라고 했다. 둘은 헛제삿밥 전문점 오픈을 위한 음식값, 추가 메뉴, 곁들임 반찬 등을 개발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 대구시도 헛제삿밥에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대구 헛제삿밥~대구 골동반. 산해진미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과연 진검 같은 이 힐링푸드가 얼마나 먹힐지 귀추가 자못 궁금해진다.

정리·사진=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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