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0.73의 매직

  •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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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  발행일 2022-03-28 제25면   |  수정 2022-03-2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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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대형 공약과 거대담론이 없었고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대선이었지만 선거 전체를 관통했던 의제는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었다. 승패를 가른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결국 정권평가론이라는 선거의제를 민주당은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 민주당 정권의 내로남불과 독선, 강고한 진영논리의 포로가 된 집권세력에게 책임을 물은 선거다.

대선이 미래지향의 전망적 투표의 성격을 갖는다는 일반론이 있지만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인 선거에서 집권하고 있는 세력에 대한 '평가'가 없다면 선거로서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과가 0.73%포인트 표차에 불과했지만 결국 대한민국 주권자의 집단지성은 민주당 정권이 이번에는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주화 이후 10년 주기설이 깨진 것이다. 이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당장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물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받는 지지의 두께가 달라질 것이다.

민주당은 0.73이라는 숫자의 매직에서 벗어나야 한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란 말이 격려와 위로를 넘어서 민심이 민주당 정권을 심판했다는 선거의 집단적·정치적 의미조차 왜곡한다면 민심은 더욱 이반할 수 있다.

근소한 표차의 패배지만 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도 진영 간의 대결로 치러지는 대선의 성격상 항상 간발의 차이일 때가 많았다. 15대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가 불과 1.53% 39만표 차로 이회창 후보를 눌렀고, 16대 대선에서도 이회창 후보는 2.33% 57만표 차로 석패했다. 물론 이번에는 0.1%도 안 되는 0.73%인 데다가 정권심판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했던 선거임을 감안하면 잘싸웠다는 격려가 아깝지 않다. 그러나 2019년의 조국 사태에 대해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당내에서 패인에 대한 반성 입장을 가진 비대위원에게 적대적 공세를 취하는 모습은 민주당이 선거 결과를 오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이 탄핵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5·18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수구적 태도로 일관한 대가가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거에서의 연이은 궤멸적 패배였다. 이후 탄핵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국민의힘이 패배의 긴 터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단초가 된 것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국민의힘의 변화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국민의힘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민주당이 압도적 의회권력과 지방권력을 가지고도 패배한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 등 집권세력의 국정운영 방식과 작동 원리, 정책 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김대중·노무현을 운위하면서 민주와 진보와는 거리가 먼 기득권 카르텔 정치에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슈가 쟁점이 될 때 당내 다른 목소리가 허용되지 않고 극단적 진영논리와 아전인수의 논리만이 난무한 팬덤 정치에서 비롯된 지지자 중심의 이기적 정치가 혁파되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더욱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민주화로 얻은 훈장을 기득권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빈정거리는 오만하고 근거 없는 우월 의식을 타파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일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건의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잘못은 선거기간으로 족하다. 문재인 정권 관련 수사에도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줄 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내로남불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고 보편과 상식을 넘는 과도한 논리로 무장한 호위무사들이 후퇴할 때 민주당의 부활이 가능할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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