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종화 대구한의대 특임교수
중소기업 지원 업무와 산학협력을 하며 수많은 사장님들을 만나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상하게도 "요즘은 좀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그리고 최근의 미·중 무역 갈등과 금리 상승까지. 세상이 조용해 보여도, 중소기업엔 항상 위기가 있었다. 그만큼 외부 변화에 민감하고, 충격을 흡수할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늘 도전과 생존 사이에 놓여 있다. 특히 제조업 분야는 그 어려움이 더하다.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기술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며, 경제는 예측 불가능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소기업 사장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깥에서 보기엔 나름 안정된 사업처럼 보일지 몰라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다.
대기업은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여러 장치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자금도 부족하고, 인재를 끌어오는 것도 어렵다. 법과 제도는 오히려 더 무겁게 다가온다. 국내 시장은 작고 한정적이며, 해외 시장은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
결국 모든 문제의 해결은 사장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급여를 맞추고, 거래처를 달래고, 제품을 개발하고, 자금을 마련하는 일까지 모두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
사장이 흔들리면 회사도 흔들린다. 그래서 결국 사장의 판단이 회사를 살리고 죽인다. 누군가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지만, 당사자는 그 선택이 가장 절박한 생존의 방식이었음을 안다. 때론 합리적이지 않아도, 그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년, 20년, 30년을 넘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해 가는 기업이 많다.
이처럼 중소기업 사장들의 삶은 생각보다 외롭고 치열하다. 겉으로는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속으로는 늘 고민과 걱정, 외로움과 책임이 엉켜 있다. 그들의 헌신은 단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과 가족들, 그리고 지역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도 함께 흔들린다.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생계와 지역 사회를 함께 책임지는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그럼에도 중소기업과 그 경영자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깝다. 정책당국에 중소기업 생존은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정치도 불안하고 경제도 불안한 요즘이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오늘도 묵묵히 하루를 견디며 회사를 지키는 사장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분들이 있어 우리의 일터와 삶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문종화<대구한의대 특임교수,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 비즈니스지원단 대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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