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국민의 이름을 팔지 마라

  •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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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30   |  발행일 2022-05-30 제26면   |  수정 2022-05-30 07:20
콘크리트 지지자들의 뜻을
'국민의 뜻'이라고 포장해
반목과 대립만 일삼는 여야
해야 할 말은 하는 지도자가
진정 국민통합 이룰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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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영국의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은 가축시장에서 6펜스를 내고 소 몸무게를 맞히는 내기를 보고 800명이 적어 낸 몸무게의 평균을 냈다. 소의 몸무게를 정확하게 맞힌 사람은 없었지만 그들의 평균값은 실제 소의 무게와 단 1파운드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힘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집단지성이 긍정적 힘을 발휘하는 것만은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광기 어린 개인은 드물지만 집단에는 광기와 같은 분위기가 항상 존재한다고 했다.

이틀 후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방행정과 의회 및 지역의 교육을 이끌어 갈 새 일꾼들이 탄생한다. 후보 공약이나 약력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약이 대동소이하고 공약이 지켜질 것이라는 기대가 별로 없어서겠지만, 대한민국이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 집단으로 완전히 갈라졌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판에서 제3당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지금 대한민국의 갈라진 두 집단은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심하게 말해 집단광기의 차원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이 관점과 견해의 차이를 넘어 분노와 증오의 정서적 적대감으로 치닫기도 한다. 조국 사태 때의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그늘이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우리 편이라면 어떤 잘못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고, 다른 편이라면 아무리 작은 잘못이라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어떤 사안이든지 정치적 쟁점이 되는 순간 합리와 이성은 사라진다.

갈등 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할 정치 세력들은 갈등 해결은커녕 오히려 갈등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만을 보고 정치를 한다. 상대 진영이 조금의 잘못이라도 하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공격하고, 상대 진영이 반대하는 일을 할 때에는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한다.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말해야 하고,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의 뜻이라고 말해야 하지만 언제나 전체 국민의 이름을 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식 날이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라며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4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편 가르기 정치'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사에서는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5월10일 제20대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도 5·18 기념사에서 국민통합을 언급하였다.

콘크리트 지지층만을 보고 정치를 하는 한 국민통합은 요원하다. 히틀러가 유럽 전역으로 세를 넓혀갈 때, 영국의 처칠 총리는 영국인들에게 평화와 번영, 안락한 삶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는 국민들에게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피와 수고, 눈물과 땀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연합국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 된 연설이었다. 지지자들이 듣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갈라진 대한민국을 하나로 만드는 길이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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