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민' 잃고 '싱크홀' 고칠라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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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9  |  수정 2022-06-09 06:59  |  발행일 2022-06-09 제22면

[취재수첩] 시민 잃고 싱크홀 고칠라

지난해 8월 상영한 영화 '싱크홀'에서는 자연재해 중 하나인 '싱크홀(Sink hole·지반침하 현상)' 이야기를 풀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배우 김성균)이 직장 동료들과 집들이를 하다가 빌라 전체가 지하 500m 땅속으로 꺼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영화는 흔히 다루던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와는 다른 소재였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싱크홀은 더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 이야기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총 1천176건의 싱크홀이 발생했으며, 대구 발생은 22건으로 집계됐다.

대구에서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한 사례도 여럿이다. 지난달 17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 한 공사 현장 인근에서 가로 30㎝, 깊이 1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도로는 중구 내에서도 차량 통행이 잦은 구역으로 싱크홀의 크기가 조금만 더 컸어도 자칫 대형 교통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앞서 지난해 8월11일 새벽 동구 대구도시철도 안심역 동편 차량기지 진입로 입구에서도 가로·세로 각 10m, 깊이 5~7m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생긴 커다란 싱크홀을 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심 내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싱크홀을 대하는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현재 싱크홀 처리는 발생 신고를 접수한 담당 지자체가 현장에 출동해 초기 안전조치를 취한 뒤 관계기관이 대응에 나서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 예방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된 상황이 아니다.

사전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지자체는 싱크홀 자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인 데다, 발생 원인도 제각각이라 싱크홀 재발 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해서 싱크홀 사후 처리 방식만 고집하는 것은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싱크홀 사후 처리에만 안주하지 말고, 지속적인 관심으로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는 체계 구축과 하수도관 시설 정비 등을 선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를 싱크홀에 불안해 하는 시민을 위해 '안전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지자체에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남영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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