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제장관회의 체제를 가동한다. 19일 열리는 비상경제장관회의 첫 회의에서는 농축산물 가격·유가 동향 등 물가 상황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의 잇따른 정책 발표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유가(휘발유·경유 등)가 ℓ당 2천 원을 넘는 등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고작 몇십 원에 불과해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다.
정부는 19일 오후 비상경제장관회를 열고 고물가, 고유가 대응 방안 등 '당면 민생 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도로 통행료, 철도 요금, 우편 요금과 같은 중앙·지방 공공요금 하반기 동결과 전기·가스 요금 인상 최소화 등 대책안을 내놨다. 물가 오름세가 우려되는 농축산물에 대해서는 매일 시장 동향 모니터링 및 비축물자 방출과 긴급 수입을 통해 수급 관리와 가격 인하에 힘을 쏟기로 했다.
시민 관심이 집중된 유류세 인하 폭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기존 30%에서 법상 최대한도인 37%로 7%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 촉진과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해 지하철, 시내·시외버스 등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현행 40%에서 80%로 인상한다.
정부 대책에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고공행진중인 물가에 비해 체감할 만한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전국 휘발유·경유 평균 가격이 ℓ당 2천 100원을 앞둔 상황에서 50여 원의 할인에 불만이 제기된다.
3년째 경유차를 몰고 다니는 직장인 강모(29·대구 동구)씨는 "저렴한 기름값을 위해 경유 차를 구입했는데, 지금은 휘발유 값보다 더 앞설 때도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1년 전만 해도 한 달 기름값은 15만 원이면 충분했는데, 이제 20만 원도 훌쩍 넘는다"며 "이미 ℓ당 2천 원대로 잡힌 유가를 500원도 아니고 겨우 50원 내려봤자 어차피 똑같은 2천 원대다. 당장 휴가철도 다가와서 기름 사용량은 더 많아질 텐데, 서민 입장에선 큰 의미가 없는 정책안"이라고 꼬집었다.
유가 외 제시한 다른 고물가 안정화 정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부 박모(여·54·대구 북구)씨는 "오늘 정부가 발표한 물가 안정 대책을 들어보니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한다지만 어쨌든 인상하는 것이고, 농축산물은 일부 품목 수급 관리로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것 외 별다른 것이 없었다"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정책안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는 점은 좋지만, 좀 더 실효성 있고 서민들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조금이나마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도 전해졌다.
직장인 이모(여·33·대구 동구)씨는 "매일 아침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평균 6~7만 원을 지불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 공제를 받아도 그리 큰 금액을 받았던 것 같진 않다"며 "그래도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지금보다 두 배 늘고, 공공요금 인상도 동결될 것 같아 물가 상승률이 조금이나마 잡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전쟁 등의 이유로 요즘 무엇을 구매하든 물가가 많이 올랐음을 실감하는데, 상승률이 조금이라도 잡히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한편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물가·성장둔화 등 복합위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경제팀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