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통 무을농악 맥잇기 우수 인재 외부 유출 막을 방안 찾아야"

  • 조규덕
  • |
  • 입력 2022-06-22 07:15  |  수정 2022-06-22 07:27  |  발행일 2022-06-22 제19면
구미무을농악보존회 회원 60여 명
안정된 직장 없어 인재 유출 빈번
재정적 지원 미미해 운영 어려워
전수관 건립 등 시민 관심 필요

KakaoTalk_20220621_090448750_06
지난 18일 구미 상모동 새마을테마공원 광장에서 열린 '구미무을농악 한마당'에서 무을농악보존회와 시민들이 농악을 즐기고 있다. <구미무을농악보존회 제공>

"구미 대표 문화유산으로 3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무을농악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자체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구미무을농악보존회에서 '상쇠'(꽹과리를 치면서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를 맡고 있는 박정철(52) 예술감독이 지난 20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한국연희단체총연합회 경북도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구미를 넘어 경북을 대표하는 연희꾼이다. 사물놀이 김덕수 명인이 인정하는 농악인으로 한두레마당예술단장 등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종합예술학교·중앙대 등에서 23년째 무을농악을 가르치며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박 감독은 "구미가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문화적 자산도 상당히 많다. 그 가운데 무을농악은 매우 의미있는 문화유산으로 구미시가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을농악은 약 300년 전 조선 영조 대에 수다사(무을면 상송리) 승려 정재진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군선(1868년생·무을면 오가리) 상쇠가 가락과 놀이를 집대성해 지역 대표 민속예술로 자리 잡았다. 당시 그의 쇠가락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 경북지역 농악은 무을농악에서 파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천 빗내농악, 부산 아미농악의 뿌리도 무을농악이다. 놀이 형태로 구성돼 빠르고 경쾌한 가락을 자랑하는 무을농악은 총 12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구미무을농악보존회는 무을농악의 전통을 잇기 위해 2003년 12월 결성됐다. 현재 전문 예술인과 일반인 등 6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3년 대통령 취임식 때 식전공연을 하고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대상을 차지하는 등 실력을 입증받았다. 2017년에는 경북도 무형문화재(제40호)로 지정됐다. 현재 무을농악 전승·보존을 위해 구미시 읍·면·동 농악단의 교육을 맡고 있다. 지난 30년간 오상중·고등학교(무을농악 전수학교) 농악동아리를 통해 다수의 전공자도 배출했다. 특히 2019년 지맹식 회장이 취임하면서 보존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무을농악이 오롯이 계승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구미는 전국에서 농악 전공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이지만 시립농악단 같은 안정된 직장이 없다 보니 우수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하다. 코로나19로 공연 기회가 줄어든 탓에 농악을 포기한 전공자도 10명 가까이나 된다. 또 경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가치를 인정 받았지만 재정적 지원이 미미해 보존회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무을농악 전수관 건립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보존회 회원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맹식 무을농악 보존회장은 "농악은 무형문화재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전승할 사람이 없으면 맥이 끊긴다"며 "20~30년 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살아계셨는데 지금은 다 돌아가셨고, 다행히 젊은 전공자들이 있어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전통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을농악을 알리는 게 구미를 알리는 일"이라며 "우리 고유문화가 시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규덕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