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제1회 정점식미술상 수상자 양은희 미술사가 "미술 역사서 잊혀간 인물, 주목받는 계기 되어 감사…소외된 가치 계속 찾을것"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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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3  |  수정 2022-06-23 07:39  |  발행일 2022-06-23 제17면
홍대서 석사 뉴욕시립대서 석·박사 받아…'방근택 평전' 수상

"그는 한국미술 주도권싸움서 밀려났지만 망각돼선 안될 존재

정점식 삶처럼 믿는 바 추진해가는 태도 장려하는 賞이라 생각"
[TALK&TALK] 제1회 정점식미술상 수상자 양은희 미술사가 미술 역사서 잊혀간 인물, 주목받는 계기 되어 감사…소외된 가치 계속 찾을것

"이 상은 정점식 선생의 권위를 빌린 상이라기보다 선생의 삶의 이력처럼 새로운 생각과 소외되더라도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태도를 장려하기 위한 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제1회 정점식미술상 수상자인 양은희 미술사가는 정점식미술상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스스로 정의내렸다. 그러면서 "정점식 선생은 대구에 거주하면서도 아시아를 넘어 서양의 미술 흐름을 파악하고, 현대문명과 현대예술이 인류에게 평안을 주고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분"이라고 부연했다.

제주 출신인 양 미술사가는 제주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교사로 재직하다 자신이 평생 하기엔 맞지 않는 일이라 여기고 1년 만에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에 진학했다. 당시는 미학이 모든 걸 품는 '핫'한 단어였다.

대학원 시절 김영나 교수(서울대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의 '르네상스 미술 수업'을 듣고 미술사라는 학문에 매료됐고 미술사학의 길로 가야겠다고 결정하게 됐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는 수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명료하고 실증적이며 논리적이었던 그 수업이 제 인생을 바꾼 거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사를 공부했다. 뉴욕시립대 대학원에서 미술사 석사(근현대미술사)·박사(현대미술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에서 서양미술사, 현대미술사를 공부하고 그 시각으로 한국미술사를 혼자 연구해 왔다. 한국미술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가르쳐 준 스승이 없다 보니 학회의 발표와 연구논문을 스승으로 삼아 자유롭게 미술사를 접했다. 나 자신이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주관적인 지점을 연구해온 것이다."

이번에 양 미술사가를 제1회 정점식미술상 수상자로 이끈 '방근택 평전'은 그가 작년 10월 출판한 책이다.

"방근택은 한국미술사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신경 안 써도 별 문제가 없는, 그래서 잊어버릴 수 있는 그런 분이다. 한 심포지엄에서 접한 후 그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수개월간 자료를 찾으면서 '이런 사람의 존재를 망각 속으로 보내는 것은 미술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느껴졌다. 한국 미술계의 주도권 싸움 속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이분을 책으로 남겨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게 하고 싶었다."

양 미술사가는 이 책으로 상을 받을 것이라고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고 거듭 말했다.

"사실 '방근택 평전'을 출간할 출판사를 찾을 때도 어려움이 많았다. 인지도가 있는 곳에 접근을 했더니 대중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손사래를 쳤다. '책을 잘 썼냐'가 아니라 이 상으로 인해 방근택이라는 존재가 잊히지 않게 또 다른 장치가 만들어진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양 미술가는 정점식미술상에 대한 기대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상이 만들어지면서 대구 미술계가 갖는 기대치가 있었을 것이다. 상이 만들어지면 그 지역의 미술계를 키우는 데 목적을 둬야지 왜 이방인에 상을 주냐는 비판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의 수상을 기꺼이 인정해 주는 이 시간과 공간이 향후 정점식 선생이 지향했던 가치를 확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그는 정점식미술상이 소외된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당부했다.

"지역 논리에 상이 자꾸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구에도 정점식 선생의 열린 생각, 대구를 넘어서 현대미술과 현대문명이 인간을 치유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이 상이 대구 미술계가 간과한 것은 없는지, 대구 미술계의 역사에서 소외된 것은 없는지, 누락되어 망각된 것은 없는지, 재능있는 전시나 책이 있었는데 그 시대에 이해를 못해 지나친 것은 없는지 등 그 시대에 소외된 것들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양 미술사가는 '소외된 주제 찾기'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사회·문화, 심지어 학문까지도 정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국사회 속에서 현대미술이 꽃필 만한 자유로운 토대가 요원한 상태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면 현재 왜 우리가 여기 머무르는지를 볼 수 있다. 소외된 주제를 찾아 발굴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사진=대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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