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오르는 물가와 밥상에 오른 사료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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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1   |  발행일 2022-07-01 제22면   |  수정 2022-07-01 06:45

밥상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4인 가구가 지출한 식비(식료품+식대)는 월평균 106만6천902원으로, 1년 전보다 9.7% 늘었다. 식당 등에서 외식비로 지출하는 식대는 1년 만에 17.0%나 올랐다.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한 주 벌어 한 주 먹고살던 그때나 직장생활을 하는 지금이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아주 큰 숙제다.

2010년대 초 유행어랄까, 많이 쓰던 말이 있었는데 '인간사료'다. 양 많고 값싼 대용량 식품을 '사료'로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간사료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1만원으로 3㎏ 정도 살 수 있었다. 건빵이나 '누네띠네'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냉동볶음밥이나 시리얼·오트밀 등 식사 대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추세다.

지난해 한 편의점 업체에서 대용량 과자를 출시하며 마케팅 일환으로 인간사료 콘셉트를 갖고 왔다. 가성비를 재치 있게 표현하고자 했겠지만 당황스러웠다. 감수성이나 공감 부족 이런 것을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업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기자도 인간사료를 먹곤 했다. 대학교에 다닐 때, 좁은 방에서 인간사료를 먹던 그때가 생각나 처량해졌다. 그때의 인간사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까지 과자를 먹으며 끼니를 때울 수는 없어 비교적 저렴한 학식을 먹었다. 식당에서 의례적으로 내어주는 밑반찬은 잘 먹지 않고 주문한 '메인 디시'만 먹는 편인데, 그때는 식탁에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다 비웠다.

생활고가 따로 없었다. 인간사료를 먹던 당시 식습관은 과장을 조금 섞어 연명(延命)에 가까웠다. 의료기관에서 따로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가장 건강해야 할 20대 초중반에 영양상태가 최악이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지금껏 살면서 입원한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해였다.

아직 엥겔지수가 높지만 그래도 먹고살 만한 밥상 앞에 앉아 있다. 밥상물가가 치솟으니 엥겔지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식비를 낮추는 것이 지출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도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은 월세와 각종 생활비를 내느라 인간사료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좁은 방에서 인간사료를 집어먹는 이들이 있을까 머리가 더부룩하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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