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의병장 아들의 마지막 소원 "대구독립기념관 건립"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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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2 23:36  |  수정 2022-08-14 15:47  |  발행일 2022-08-15 제3면
우재룡 독립지사의 장남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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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독립지사의 장남인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가 지난 12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독립운동기념관이 필요합니다. 독립 운동의 성지인 대구에 아직도 기념관이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경술국치 늑약(勒約)으로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결성된 대한광복회는 1910년대를 대표하는 항일 독립운동단체로 평가 받는다. 1915년 8월25일 대구 달성공원에서 조직된 대한광복회는 3·1운동과 의열단 등 국내·외 독립운동의 근간으로 손꼽힌다. 당시 대한광복회의 지휘장으로 활동한 우재룡(1884~1955년) 독립지사는 조선인에게 수탈한 세금을 가득 실은 우편 마차를 경주 시내에서 공격해 광복회 군자금을 확보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우재룡 독립지사의 장남인 우대현(79·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씨는 지난 12일 영남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이 자신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내년이면 여든을 바라보는 중절모 신사 우씨는 자신의 사유지인 대구 동구 용수동 팔공산 기슭 4만7천516㎡ 부지를 선뜻 기부할 정도로 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는 일제감점기 당시 전국 3대 형무소 가운데 하나였던 대구형무소와 대구독립운동 역사관 건립 추진을 목표로 하는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발기인 대회(2020년 7월)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씨는 "대구는 독립운동의 성지지만, 시민들조차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대구형무소는 순국한 독립 운동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없지 않나. 비슷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할 독립운동기념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형무소
1923년부터 대구형무소로 개칭된 '대구감옥' 전경. <영남일보 DB>

실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대구형무소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와 함께 일제강점기 독립지사들의 2대 순국 현장이었다. 당시 대구에는 한강 이남 유일의 복심 법원이 존재하여 경상도와 충청도, 제주도뿐 아니라 전라도 지역 출신의 독립지사가 대구형무소에서 희생 당했다. 이 때문에 대구형무소 역사관은 해당 지역 독립운동가 유족들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구형무소는 대구 중구 삼덕교회 한 쪽에 옥고를 치른 독립 투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 모양의 조형물만 남아 있을 뿐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우씨는 앞으로 조성된 대구독립운동기념관에 서대문형무소와 유사한 대구형무소 역사관과 기념관, 의병 및 독립운동 체험공간, 건물 밖은 청소년수련장과 공원 등을 조성하여 범국민적 역사 공간으로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지난해에는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 206위의 영혼을 달래는 진혼제를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실시하고, '묻힌 순국의 터, 대구형무소'의 발간을 이끄는 등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에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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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죽기 전에 대구독립기념관을 꼭 건립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우씨의 이 같은 노력이 하늘에 닿았을까. 요원했던 대구독립기념관 건립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의회에서 '독립운동정신 진흥' 조례가 제정되면서 독립운동정신 선양 사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올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구독립기념관사업을 정책 과제로 채택하는 등 기념관 건립 추진에 속도를 높이게 됐다.

대구시가 계명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4월 발표한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 타당성 조사에선 건립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대구시민이 75.9 % 에 이를 정도로 당위성을 인정 받았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토지 매입을 제외한 비용 편익(B/C)은 1.01로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시설 규모는 부지 4만7천796㎡, 연 면적은 3천250㎡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가 적절하며, 대구독립운동기념관 사업비는 약 10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우씨는 "후손들이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선 이를 재현한 문화재가 필요한 데 서울·부산·광주는 물론, 김포·나주 같은 중소도시에도 있는 독립운동기념관이 대구에만 없다"며 "죽기 전에 기념관을 꼭 건립해 애국지사의 명예를 드높이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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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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