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14> 가문비나무

  • 박병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후변화적응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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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6  |  수정 2022-08-26 08:00  |  발행일 2022-08-26 제20면

[기고] 백두대간 자생식물 이야기  가문비나무
박병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후변화적응팀 주임)

이별은 늘 두렵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고 있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어가고 있기도 하다. 한 생명체를 떠나보내기 위해 인간은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순식간에 이별이 닥쳐온다면 어떨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생각지 못한 시점에 누군가와 이별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다가온 영향력 있는 현실이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어 아고산 침엽수종들은 설 곳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어쩌면 갑자기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가문비나무처럼.

가문비나무(Picea jezoensis (Siebold & Zucc.) Carriere)는 지리적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포하고 있다. 공중 습도가 높고 비옥하며 한랭한 곳에서 분비나무, 구상나무 등과 함께 섞여 자란다.

국내에서는 지리산·덕유산·소백산에서 자생한다고 밝혀져 있다. 가문비나무가 생육하는 아고산생태계는 낮은 온도·강한 바람 등 척박한 환경 조건을 지니고 있다. 현재로서는 급속한 지구환경 변화로 인하여 아고산생태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데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중 위기종으로 등록되어 있어 보전이 시급하다.

가문비나무의 잠재서식처 변화 예측을 살펴보면, 2050년에는 급속히 줄어들다가 2070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범지구적 차원의 기온 상승효과가 가문비나무 자생지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멸종 위기 가문비나무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을 위하여 개체군 변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기록이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우리는 '생태계 모니터링'이라고 한다.

최근까지 아고산생태계 내에 생육하는 가문비나무의 쇠퇴 원인으로 수분스트레스와 풍해를 유력하게 지목하였다. 그동안 연구자들이 가문비나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도출한 값진 연구 결과이지만, 식생구조의 변화만을 살펴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즉 단편적·단기적 연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생태계는 복합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훗날 가문비나무의 또 다른 쇠퇴요인이 발견될 수도 있으므로, 이를 둘러싼 다양한 생태계 요인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한 사례로, 2018년도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쇠퇴요인이 설치류의 어린나무 섭식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는 기존 수분스트레스에 의한 구상나무 쇠퇴론과는 다른 새로운 가설이 제시된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점차 급속히 이루어짐과 동시에 대규모화되고 있다. 대면적의 모니터링을 인력이 직접 전체를 모니터링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최근 스마트 산림측량기술인 드론과 같은 기기를 활용하여▶ 모니터링 기술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형 드론기반 모니터링 기술개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로써 생물 다양성 우선 보전 집단을 선정하는 등 멸종위기 침엽수종 보전의 정책적 기반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후변화적응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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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주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기후변화적응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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