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수면 검사가 왜 필요한가

  •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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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30  |  수정 2022-08-30 07:29  |  발행일 2022-08-30 제16면
렘수면, 낮 동안의 정보 정리·저장

숙면 못 취하면 성적·성과 떨어져

객관적인 수면 건강 체크·치료 필요

[건강칼럼] 수면 검사가 왜 필요한가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하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와 학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성인이 되면 밤낮 없이 직장 일에 몰두하다 주말에도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스스로 잠을 줄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기다 태블릿, 휴대폰 등으로 밤과 낮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병원에는 불면증과 수면장애로 내원하는 환자 수가 부쩍 늘었다.

수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최소 평균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개인의 특성상 6시간 정도만 자도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는 'Short Sleeper(단기 수면자)', 8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한 'Long Sleeper(장기 수면자)'와 같은 예외도 있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수면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전무 하다시피 했다. 꿈의 대가로 불리는 프로이트의 책 '꿈의 해석'에서조차 사실 꿈(무의식의 세계)은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추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정설로 되어 있다.

이 시기에 수면 과학자들은 뇌전도(EEG)라는 기계를 이용해 수면은 전기 플러그를 끈 TV처럼 의식을 잃고 휴식을 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 수면을 통해 밤새 놀라운 일들을 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인들도 이제 익숙한 렘수면(REM sleep)을 통해 낮 시간 동안 경험하고 기억했던 우리 뇌 안의 정보들을 정리하고 저장하며, 오래된 기억들을 새로 끄집어내어(꿈)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하지만 수면은 풀타임으로 이런 렘수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의식은 거의 꺼지고 몸부림을 칠 수 있는 비렘수면(NREM sleep)과 뇌가 활발히 야간작업을 하는 동안 신체 기능은 거의 마비 수준으로 정지하는 렘수면이 약 90분 간격의 주기로 잠을 형성한다.

임상 연구에 의하면 비렘수면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렘수면 시간만 선택적으로 제거한 실험군에서는 학업 성적이나 직장 내에서의 성과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여러 예에서 증명되었다.

우리가 즐기는 카페인, 음주, 스트레스, 야간에 과도한 운동 등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여 렘수면이 현저하게 줄게 된다. 늦게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그만큼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렘수면은 새벽으로 갈수록 길어지는데 이 시간대가 박탈되면 뇌 손상은 비례해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훨씬 많은 8시간 이상의 수면이 필요하지만 여러 사회적 이유로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학교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면이 짧아지면 뇌세포에 독성 물질이 쌓일 뿐 아니라, 지능발달이나 성장, 심지어는 성격 변화까지 진행되어 충분한 잠을 자는 친구들에 비해 학업 성적이 낮아지게 되고, 공부의 효율이 떨어지며 정신과적인 질환 발병률도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잠을 충분히 잘 자고 있는지, 잠의 질은 주기적으로 잘 반복되는지, 무호흡이나 코골이 같은 질환은 없는지를 어떻게 정확히 파악해야 할까. 자는 동안 주변 사람들이 관찰해 줄 수도 있겠지만 수면 시간을 고려해 보면 그 또한 완벽히 파악하고 객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면다원검사는 우리가 잠을 청하는 시점부터 아침 기상시간까지 수면의 질을 분석할 수 있는 뇌전도, 숨을 잘 쉬는지 파악하는 호흡량 측정, 온몸에 산소는 잘 공급되는지를 알려주는 산소감지계, 심장 박동을 체크 하는 심전도, 자는 동안 몸부림이나 이갈이는 없는지 파악하는 근전도, 코골이의 심한 정도를 검사하는 마이크 등을 환자에게 부착해 경험 있는 수면기사의 감독하에 기록하는 과정이다.

이 검사를 통해 의사는 불면증, 코골이, 무호흡증, 기면증, 과수면증, 하지 불안 증후군, 수면 중 행동장애 등을 가감 없이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특히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 녹화를 통해 질환이 의심되는 장면이나 행동 장애 양상을 정확히 재방해서 환자와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코골이나 무호흡이 심하여 밤새 식구들이 불안해하거나 낮 시간에 과도한 졸음, 또는 원치 않는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 운전 중 시시때때로 졸음이 밀려든다면 본인의 수면이 건강한지 반드시 체크해 전문가와 상담하고 치료해야만 한다.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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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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