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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거주하는 한 주부가 주방 수전 필터를 교체하고 있다. 이 주부는 수돗물 불안에 하루 전 인근 마트에서 가정용 수전 필터 20여만원치 구입했다고 전했다. 강승규기자 |
대구 달성군 화원읍 아파트에서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주부 박모(41)씨는 최근 세면대 수전과 샤워기 헤드 등 모든 수전에 필터를 설치했다. 또 평소 수돗물을 끓여 요리하던 습관도 바꿨다. 과일과 채소를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한다.
박씨는 "환경단체는 수돗물에서 발암 물질이 발견됐다고 하고, 정부기관에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며 "어느 쪽을 믿어야 할 지 몰라 집에서 쓰는 모든 수전에 필터를 설치하고 생수를 계속 사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환경단체가 대구를 비롯한 경남, 부산 수돗물에서 녹조독소가 검출됐다고 주장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부 시민은 박씨처럼 "수돗물을 못 믿겠다"며 주방과 화장실 등의 수전에 필터를 설치하거나 생수 구입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는 최근 공동 조사한 '대구경북, 부산경남지역 수돗물 녹조 독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지난 7월14일부터 8월25일까지 대구경북 8곳, 부산 8곳, 경남 6곳 등 총 22곳 가정집과 상가에서 수돗물을 채수해 정밀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대구 2곳과 부산 1곳, 경남 3곳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수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 기준치인 0.03㎍/L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수돗물 불안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1991년 구미 페놀 파동부터 2009년 다이옥산 등 유해물질 배출, 2018년 과불화화합물 논란 등 잊을만 하면 발생한 낙동강 수돗물 오염사태로 피해를 본 대구시민들의 트라우마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 필터 구입은 물론 생수 사재기 조짐까지 보인다.
달성군 화원읍 330㎡ 규모의 마트 한 관계자는 "수전 필터 판매가 계속 늘고 있고, 가격도 조금 올랐다"며 "생수는 품절 사태까진 가지 않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비교했을 때 늘어난 것은 맞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달 2일 대구·부산·경남지역 정수장 5곳과 지난달 23~24일 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 정수장 10곳 수돗물을 환경단체가 활용한 ELISA 분석법과 환경부 고시에 따른 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강승규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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