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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철령의 매력은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다. 아내에 대한 복수심이 크게 작용했던 1편에서 그 부분을 많이 부각했다면, 이번에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조금은 익숙하고 편안해진 남한 생활과 진태 가족들과의 관계 등이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한다. 당연히 그의 모습도 1편과는 달리 여유로움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일부러 코믹을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건 아니지만, 극 중 방탄소년단 얘기에 '나는 조선소년단 출신'이라고 말하는 대사처럼 진지함 속에서 보이는 의외의 모습들이 재밌게 다가가길 바랐다."
▶'공조2'가 공개된 후 많은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편의 휴지액션에 이은 파리채 액션이 또 한번 회자될 것 같은데, 이번 액션신들을 총평해 본다면.
"일단 액션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전편이 치밀함과 날렵함이었다면 이번엔 그 부분을 장명준이 맡고 철령은 묵직함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도 무술팀에게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는 '파리채 액션'을 먼저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파리채로 뺨을 맞으면 무척 아프고 따가운데 짬뽕국물까지 듬뿍 묻은 걸 사용했으니 아픔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다. 카메라 앵글도 다양하게 바꾸며 촬영해야 하는 만큼 오케이 사인이 날 때까지 파리채로 전해지는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야 했다. 덕분에 '휴지 액션신'에 비견될 시그니처 액션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 초반부 뉴욕 시가지 총격신과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옥상신도 기억에 남는다. 장명준과의 곤돌라 액션과 100발 이상의 폭약이 장착된 기둥 뒤에 숨어 적들의 무차별적인 총알 세례를 피하는 장면이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데 엄청 긴장하면서 찍었다. 카 체이싱, 총격, 격투 등 고난도 장면이 전편과는 차별된 고유한 액션 스타일을 완성했고, 이야기 전개의 속도도 그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다니엘 헤니가 당신을 두고 "좋은 리더"라고 표현했다. 유해진, 임윤아 그리고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7년 만에 다시 그와 호흡을 맞춘 소감도 궁금하다.
"호흡은 더할 나위 없었다. 사실 '공조' 속편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출연 조건이 전편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다시 출연하면 동참하겠다는 것이었다. (유)해진 선배가 그런 우리의 만남을 '편안한 반가움'이라고 표현해주셨는데 그 말이 적확하다. 굉장히 편했다. 그런 편안함을 기반으로 촬영에 임하다 보니 힘든 촬영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고, 서로의 생각들도 훨씬 편하게 공유할 수 있었다. 해진 선배는 내가 '여유로워졌다'고 표현해주셨는데, 나도 선배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두루두루 뭔가를 조합해 나가는 능력이 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윤아씨는 편하게 연기를 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배우로서 그런 좋은 장점이 2편에선 더 업그레이드됐고, 본인 스스로도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한 것 같았다. 오래 지켜보고 싶은 후배다. 그리고 헨리와는 17년 만에 만났지만 신기하게도 그때의 편안했던 감정이 바로 느껴졌다. 익숙함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아무튼 그분들 덕분에 현장에 있는 게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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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개봉을 앞두고 제작자들과 농담처럼 '만약 2편이 만들어진다면 내가 진태의 역할을 맡고, 진태는 액션을 좀 더 강화한 철령 같은 캐릭터로 등장하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철령이 이번에 코믹연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말한 거지만 그 점이 더 큰 웃음을 유발한 것 같다. 그에 비해 진태는 확실히 액션의 분량과 강도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해진 선배 스스로도 액션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많았다.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가 읽혔는데 각자의 액션스타일이 모두 다르게 보여야 했기에 나름 고충도 많았을 거다. 그럼에도 고난도 액션신들을 누가 봐도 완벽하게 잘 소화한 것 같다."
"남한 익숙한 북한형사 새 임무로 다시 남파
뉴욕 시가지 총격전 등 스케일·볼거리 강화
전편의 휴지 액션 능가할 파리채 액션 압권
전 작품서 만난 배우들과 연기 편안함 느껴
'사랑의 불시착' 때와 북한말 억양 달리 표현
이미지 굳을 우려 당분간 북한말 연기 안해"
▶'공조'부터 '사랑의 불시착'까지 연이어 북한 출신의 인물을 연기했다. 항간에는 '현빈이 북한 사투리를 연기하면 무조건 뜬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이번에도 그랬으면 좋겠다.(웃음) 고맙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비슷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건 늘 배우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서 당분간 '공조'나 '사랑의 불시착'이 아니면 북한말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북한말을 사사한 선생님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자세히 들어보면 남한의 사투리처럼 뉘앙스와 억양에서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직업과 개인 성향에 따른 차이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걸 고려해서 완성한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해진 배우는 극 중 철령이 여유로워진 만큼 배우 현빈도 재밌어지고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결혼 후 달라진 모습이라고 봐도 될까. 최근 예비 아빠가 됐는데.
"여전히 앞만 보고 달린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려고 하는 건 있다. 그 점이 결혼하면서 달라진 부분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특별히 변한 건 없다. 외려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나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달라진 건 없는지 그게 궁금하다. 너무 조바심내면서 안달하기보다는 가능한 여유를 찾으려 한다. 배우로서 열심히 연기에 임하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에게도 부모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아기는 너무나도 큰 축복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공조3'의 제작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만약 3편이 제작된다면 어떤 모습이 담기길 원하나.
"솔직히 이번에도 '공조2'가 잘 돼서 3편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민영이와 좀 더 진전된 관계로 발전해 나가면 재밌을 것 같고, 진태와는 조금은 다른 지점에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철령은 단순히 남한을 방문해서 펼치는 액션만이 아닌, 게임체인저가 될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튼 이야기를 채워나갈 아이디어와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내가 3편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 선택의 결과물을 보면 의외의 선택이 많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반듯한 '도시남' 이미지에 반하는 북한 형사, 북한 군인 역할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기저에는 이런 의외성이 반영된 결과도 있을 텐데 작품을 선택하는데 일관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차기작은.
"'공조'나 '사랑의 불시착'이 많은 분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작품이 좋아야 캐릭터 역시 사랑받을 수 있다. 배우로서 일관된 원칙이라면 이 작품을 내가 하고 싶을 만큼 재미가 있는지를 우선 생각한다. 그게 첫 번째이고, 내가 작품에 도움이 되고 역할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를 다음으로 고민한다. 그때그때의 상황이 만들어주는 것도 있는데, 책도 어느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같은 책이 다르게 느껴지듯 시나리오도 같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받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당시에 들려주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 예를 들어 지금 코로나로 지치고 힘들 때 관객의 기분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동참한다면 그것처럼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공조'도 여기에 부합되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려 한다. 차기작으로는 영화 '교섭'이 올해 개봉될 예정이고, 11월에 크랭크인 되는 우민호 감독님의 신작 '하얼빈' 출연이 예정돼 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VAST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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