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스타트업 경영행위에 대한 투자자의 사전 동의권은 유효한가?

  •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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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8 08:00  |  수정 2022-09-08 08:01  |  발행일 2022-09-08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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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투자계약을 체결후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가 주요 경영행위에 대해 투자자로부터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 투자계약서에는 △정관 변경 △후속 투자 유치(신주 발행 등)△합병 및 분할 △주요 자산 매각△ 다른 사업 진출△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등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가령 3% 안팎의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 임직원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사전 서면 동의를 받는 게 적절하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스톡옵션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만 있으면 부여할 수 있는 데, 소수 지분만 갖고 있는 투자자가 반대를 하면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수 주주가 찬성했는데도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반대하면 해당 행위를 못한다는 측면에서 '주주평등원칙'에 반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생길 수 있다.

주주평등 원칙은 주주는 회사와의 법률관계에서 자신이 가진 주식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사전 동의권 조항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는 법원 판단(서울고등법원 2021. 10. 28. 선고 2020나2049059 판결)이 있어서 한동안 논란이 됐다.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원고 회사는 2016년쯤 PC 시스템 제조·판매업체인 피고 회사 요청에 따라 위탁생산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 20만주를 20억원에 인수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피고 회사가 신주 발행 이후 추가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원고 회사의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고, 위반시 투자금을 조기상환 함은 물론 투자금 상당액의 위약벌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피고 회사는 원고 회사의 서면동의를 받지 않고 유상증자를 했다. 이에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 및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를 상대로 사전 동의권 조항 위반을 이유로 투자금 조기상환금과 위약벌 등으로 43억여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은 피고 회사가 회사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원고 회사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사전 동의권 조항 및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수단으로서의 조기상환 및 위약벌 조항은 주주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전 동의권 조항을 통해 원고 회사에게 피고 회사의 다른 주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회사 경영에 대한 강력하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월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을 통해 배당가능이익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 회사의 투하자본 회수를 보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주주평등원칙에도 반한다고 했다.

나아가 서울고법은 투자자 보호장치도 상법이 인정하는 주식 발행이나 '주주 간 협약' 등과 같이 관계 법령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져야지 별개 약정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해 일부 주주에게 동의권부 주식이나 이사 선·해임권과 같은 특수한 권리나 권한을 부여하고 위반시 제재를 가하는 방법으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투자계약서에 포함된 사전 동의권 조항을 무효라고 본 것이다. 향후 체결할 투자계약은 물론 기존 체결했던 투자계약의 사전 동의권 조항도 효력을 다툴 여지가 생기게 됐다.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투자자에게 사전 동의권이 존재하지 않는 게 유리하기 이 때문에 이 판결을 반길 수 있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한 기업에 대한 '보호장치'가 사라지는 것으로 여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투자 전문가 및 M&A 전문 변호사 대부분은 대법원에서도 사전 동의권 조항이 무효라는 취지의 서울고법 판결이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서울고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전 동의권에 대한 투자 실무가 변경된 것은 없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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