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둠둠…촉망받는 디제이를 꿈꾸는 젊은 미혼녀의 성장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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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  발행일 2022-09-16 제39면   |  수정 2022-09-16 08:18

둠둠

한때 실력 있는 디제이로 인정받았지만 엄마 신애(윤유선)의 반대로 음악을 접은 이나(김용지). 아빠가 죽은 후, 삶의 목적과 힘을 잃어버린 엄마는 끊임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병적인 증상들로 변하며 이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미혼모로 낳은 어린 딸이 있지만 엄마의 상태 때문에 데리고 올 수도 없는 상황. 변화가 필요했던 이나는 우연히 디제잉을 함께 했던 동료를 만나게 되면서 음악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목표도 생겼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오디션에서 우승하면 테크노의 성지가 된 독일 베를린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나는 오디션에서 우승해 아이와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다.

삶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될 때가 있다. 당당해지고 싶은 열정 가득한 청춘이었던 이나 역시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엄마 신애와 위탁 가정에 맡겨 놓은 아이 사이에서 꿈을 포기한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뿐이다. 영화 '둠둠'은 꿈과 현실의 기로에 서 있는 이나의 성장담을 그렸다. 답답하고 불안정한 자신의 세계를 깨부술 탈출구 찾기의 여정이지만, 음악영화의 한 형식을 빌려 현대인의 불안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곱씹게 만든다.

불안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다. 이나는 그 불안을 통해 개인의 삶을 살고, 심지어 그 불안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나와 엄마, 어린 딸과 이나, 두 모녀 관계를 대칭적 구도로 설정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낸 것 또한 불안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상처받은 개인이지만 스스로는 물론,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녀 관계라는 꽤나 보편적인 주제를 도식적으로 다루지 않은 건 미덕이다. 음악을 또 하나의 테마이자 캐릭터로 기능하게 함으로써 이야기에 활력을 더했는데, 대중에게 익숙한 록이나 팝뮤직이 아닌 강한 비트의 테크노 음악과 미니멀한 사운드 디자인이 색다른 감흥을 전한다. 비록 비주류이지만 현실에 주저하지 않고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이나의 서사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한 정원희 감독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삶 자체를 테크노 음악에 빗댔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이나의 서사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비트도 조화롭다. 현직 디제이 하임(haihm)과 일렉트로닉밴드 이디오테입의 멤버 제제(ZEZE)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강렬한 비트의 전자음악을 쉴 새 없이 쏟아낸 덕이다. (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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