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 시티·따뜻한 공동체' .17] 우리 동네 똑똑한 지킴이:스마트 셉테드

  • 김희대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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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06:48  |  수정 2022-09-16 07:00  |  발행일 2022-09-16 제21면
범죄예방 차원의 환경설계 중요…주민·경찰·행정전문가 참여 완성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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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과학치안진흥센터가 주관하는 '자치경찰 수요기반 지역문제 해결 선행연구 공모사업'에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와 대구테크노파크가 '대구형 셉테드(CPTED)기반 생활안전 자치치안 서비스모델'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역의 치안 문제를 지역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자는 자치경찰 설립 방향에 맞춰 스마트 첨단기술을 치안분야에 도입함으로써 지자체의 치안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셉테드(CPTED)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으로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선진국형 범죄 예방기법이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러한 셉테드 기반 범죄예방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운영 중이다. 초기 셉테드는 보안등이나 골목정비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물리적 환경 개선설계에 중점을 두었지만, 점차 주민 쉼터 조성이나 동네 안전지도 제작 등을 통해 거주민이 가지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하는 데 초점을 두는 소프트웨어적 환경설계 단계로 발전하였다.

하지만 최근 도시 인구밀도와 지능형 범죄가 늘어나면서 개별 지역 공동체는 자신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범죄 대응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요구에 대응하여 세계의 스마트 도시들은 첨단 스마트기술을 범죄예방 환경 설계에 적용하거나, 지역 공동체 기반 스마트 치안리빙랩을 운영함으로써 자치경찰기반의 새로운 셉테드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첨단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셉테드 환경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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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클라우드 등 첨단 ICT기술을 활용하여 지능화된 도시 치안과 범죄예방 솔루션을 만들어 가는 도시가 늘어가고 있다. 현재 도시 경찰의 범죄 대응 방식은 범죄 발생 후 수사 중심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공공 안전과 사전 범죄 예방 차원에서 지능형 CCTV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괴, 성추행, 폭행 등의 범죄가 지능화되고 신종 범죄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도시는 범죄 예방의 실효성과 대응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범죄 예측 시스템(Crime Prediction System)을 속속 적용하고 있다. 범죄 예측 시스템은 경찰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통계 정보를 얻거나 범죄의 패턴과 추세를 분석하여 경찰의 법 집행 기능을 지원한다. 나아가 예측시스템은 정형의 디지털 문서, 비정형 수기 문서, 영상, 음성, 환경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와 연계하여 범죄 유형별로 최적화된 범죄 예측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지능 범죄에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도시 치안 담당자들은 첨단 기술을 통해 범죄 발생 현황을 탐지하고 위험 대상을 인지할 수 있다. 또한 범죄 발생 핫스팟을 분석함으로써 범죄 발생과 재범 현장도 예측할 수도 있다.


도시 경찰의 범죄 대응방식 변화
영상·환경정보 등 활용해 범죄 예측
위험대상 인지해 실시간 대응 가능



뉴욕 경찰국(NYPD)은 2012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테러 및 범죄 예방 시스템인 '영역 감시 시스템(Domain Awareness System·DAS)'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DAS는 빅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범죄를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수상한 용의자나 용의 차량을 추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뉴욕은 도시 곳곳에 적용된 정보통신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령 뉴욕 맨해튼 시내 구석구석 설치된 CCTV는 실시간으로 영상 정보를 범죄 대응 센터(RTCC)에 보낸다. 이때 RTCC는 수집된 빅데이터를 기존 영상 정보와 연계하여 분석해, 수상한 사람이나 사고 발생 예상 지역 등을 신속히 찾아낸다.

◆생활안전 민생치안 스마트 리빙랩 운영

안전하고 신뢰 있는 자치 치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한 첨단 스마트기술을 통한 범죄예방 환경설계와 함께 지역 공동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이는 스마트시티의 최종 목적이자 존재의 이유인 '시민 행복'과 직결되며, 이를 위해 지역 공동체와 협업이 요구된다. 스마트리빙랩은 이런 공동체의 자치 치안 협업을 만드는 핵심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리빙랩이란 도시문제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현장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최초 2004년 미국 MIT 미첼 교수의 주거환경 개선실험에서 시작되어 유럽 등지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공동체 구성원이 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사회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로 발전하여 '생활속 실험실' '수요자 참여형 혁신 공간' 등으로 불리고 있다. 치안분야에서 리빙랩은 지역커뮤니티가 각종 범죄로부터의 피해를 제거하거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인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한다.


고양산업진흥원, 치안리빙랩 통해
어두컴컴한 거리 밝고 안전하게 개선
지역공동체 자발적 솔루션 큰 도움



부산자치경찰위원회는 주민참여형 치안문제 해결을 위해 2021년 6월부터 '치안 리빙랩' 사업을 추진하였다. 부산 치안리빙랩은 부산 시민과 지역대학의 교수·학생 등이 참여하여 일상 속 치안 문제를 발굴·정의하고 개선 방안과 정책 제안사항을 제시하면, 부산자치경찰위원회, 부산 경찰청을 포함한 관계기관이 이를 구체화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형태로 운영한다. 고양산업진흥원은 고양시 화정2동에서 진행된 치안리빙랩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참여형 그림자 조명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치안 리빙랩에서 주민자치위원회, 전문가, 행정관계자들이 모여 협의를 통해 최종 솔루션을 확정한 후 고양어린이박물관 뒤편 어두컴컴한 거리를 밝고 안전한 거리로 개선하였다.

대구의 스마트 셉테드는 지금까지 범죄예방환경 설계 방식을 포괄적으로 개선하여 스마트 기술과 스마트 리빙랩을 동시에 운영한다. 기술적으로는 인공지능 기반 비전(vision)기술을 활용하여 생활안전과 민생치안의 획기적인 스마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인본적 스마트시티 정신에 입각하여 도시문제 정의에서부터 서비스를 개발하는 전 과정에 지역공동체가 코워킹하는 스마트 치안리빙랩을 운영함으로써 셉테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구형 치안리빙랩에는 범죄의 구성요건인 가해자, 피해자, 대상 물건, 장소 간의 상관관계를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범죄예방 환경에 대응하는 물리적 설계를 위해 지역공동체(행정·전문가·주민·경찰)가 참여한다.

대구형 셉테드 리빙랩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지금까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한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 모델에서, 지역 공동체가 필요한 치안 서비스를 지역 구성원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한 단계 더 진화한 셉테드 모델을 기대한다.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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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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