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한류, 정점 아닌 상승선의 시작

  • 윤용섭
  • |
  • 입력 2022-09-15   |  발행일 2022-09-15 제15면   |  수정 2022-09-15 07: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분석

2022091401000406300017151

한류의 정점은 아직 멀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지난 1년간 '오징어 게임' 신드롬과 방탄소년단의 활약 및 그룹 활동 잠정 중단 발표가 혼재했던 상황에 대해 한류가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이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받은 것처럼 한류콘텐츠를 비롯한 K-pop은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고, 국내외 자본 투자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국가 및 콘텐츠별 비교분석을 통해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 글로벌 신드롬 재확인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드라마 가운데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비단 이번 수상의 영광뿐 아니라 지난 1년간 한류는 '오징어 게임'이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17일에 처음 공개된 이후 글로벌 OTT 콘텐츠 관련 모든 기록을 새로 썼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첫 28일 동안 1억4천200만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는데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브리저튼'의 8천200만 가구를 큰 차이로 뛰어넘은 수치고 역대 최초 1억 가구 시청 돌파 기록이기도 하다. 넷플릭스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콘텐츠별 시청 시간을 보면 '오징어 게임'은 첫 28일 동안 약 16억5천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역시나 역대 1위 기록이다. 2위인 '기묘한 이야기' 시즌 4와도 3억 시간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83개국·2021년 10월 기준)에서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3주 만에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약 24조4천343억원(+7.87%) 증가했다. 2021년 3분기 신규 가입자 수 역시 예상치를 상회한 440만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파급력은 컸다. 전 세계 네티즌 간 화제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콘텐츠(드라마) 페이지 방문자 수도 '오징어 게임'이 종전 1위였던 '왕좌의 게임'보다 더 많았다. '오징어 게임'의 기록적 흥행은 우선 언어나 문화와 관계없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단순하고 시각적인 게임 위주로 구성된 플롯에 기반한다. 이에 대비되는 자세한 인물 서사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가 캐릭터에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도 주요 흥행 요소로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 OTT 모든 기록 새로 써
비영어권 작품 첫 에미상 거머쥐기도
BTS·블랙핑크 솔로 활동도 성공적



◆한류콘텐츠 호감도 증가

해외 한류 소비자들은 한국 연상 이미지로 5년 연속 K-pop(14.0%)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어 한식(11.5%), 드라마(7.5%), 한류스타(7.0%) 순으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는데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신드롬 영향으로 드라마가 전년도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한류콘텐츠 호감도 역시 드라마(81.6%)가 가장 높았고 모든 장르가 전년 대비 1.6~4.7%포인트 상승했다. 작년부터 측정하기 시작한 한류콘텐츠 브랜드 파워 지수(BPI)는 61.6점(100점 만점)으로 전년 대비 3.1점 상승했다. 장르별로는 음식(67.6점), 뷰티(65.3점), 영화(64.3점), 음악(64.1점) 순으로 BPI가 높았다. 전년 대비 BPI 상승 폭이 가장 큰 콘텐츠는 호감도와 마찬가지로 '오징어 게임'의 수혜를 입은 드라마(62.4점, +4.2점)였다.

◆K-pop과 한류의 미래

6월14일, 방탄소년단은 데뷔 9년 만에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룹 해체까지는 아니지만 세계 최정상 인기 그룹의 활동 중단이 K-pop뿐 아니라 한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해체가 아닌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이고 개별 멤버의 인기도 상당한 만큼 이들의 활동 중단이 세간에서 언급하는 K-pop 또는 한류의 위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K-pop이 방탄소년단만 존재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한류 전체로 보면 수많은 인기 콘텐츠가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동반 입대가 아닌 순차적 입대를 통한 개별 또는 유닛 활동을 선택했다. 개별 활동의 포문을 연 제이홉은 그룹 활동 공백기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솔로 데뷔 앨범 'Jack In The Box'는 초동 약 37만장을 기록했고, 선공개 곡 'MORE'는 84개국 '아이튠즈 송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의 리사 또한 K-pop 여자 솔로 가수 앨범 최다 판매량인 초동 75만장, 누적 95만장을 기록했고 '아이튠즈 송 차트'에선 65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성공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 등장할 아티스트나 콘텐츠의 성공도 예측 불가능하다. 분명한 건 개별 그룹의 활동 중단이 전체 산업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만큼 국내 산업 펀더멘털이 약하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중단됐던 K-pop 가수들의 해외 공연도 재개되고 있어 K-pop 팬덤은 더욱 단단해지고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