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스토리] 태풍이 지나간 뒤에

  •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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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4 11:03  |  수정 2022-09-14 11:26  |  발행일 2022-09-15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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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 저수율 27%로 바닥을 드러낸 모습을 보이던 경북 청도군 운문댐(왼쪽)이 지난 8일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75.1%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메말랐던 땅은 추석 명절을 혹독하게 할퀴고 간 태풍이 그 위를 덮었다.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간 태풍이지만 한편에선 말랐던 웅덩이를 채웠다. 자연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온히 다음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강한 바람과 폭우를 쏟아부으며 영남지역을 관통한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할퀴기 전인 지난 5일 포항시 북구의 상마북저수지의 저수율은 12.4%로 '심각' 단계였다. 6일 태풍이 지나가고 8일 상마북저수지의 저수율은 43.1%로 크게 상승했다. 청도 운문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 5일 저수율 26%로 바닥을 드러냈던 댐은 태풍이 지나간 8일 저수율 75.1%로 크게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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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저수율 4.3%로 바닥을 보이던 포항시 북구 상마북저수지(위)가 지난 8일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후 43.1%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태풍은 순식간에 사람의 터전을 앗아갔지만, 메말랐던 대지를 적시며 댐과 저수지를 순식간에 채워 놓았다. 자연은 사람보다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듯하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의 정기적인 범람으로 비옥한 토지가 형성돼 찬란한 문명이 꽃필 수 있게 됐다. 예측 가능한 자연의 섭리는 문명이라는 선물을 줬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사람이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이를 이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를 기준으로 발달하고 있는 현대 문명에서는 대부분 자연이 주는 것은 당연한 듯 받지만, 자연이 조금이라도 인간 문명에 방해가 된다면 최대한 방어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연에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려 안간힘을 쓴다.

현대 문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혹독한 자연을 직접 경험한 일이 많지 않고, 발전을 거듭한 앞선 시대의 유산을 이어받아 그 속에서 안락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평온한 삶이 계속되면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인 듯 착각하며 자연이 주는 이로움은 잊어버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은 가끔 태풍·홍수·해일·폭설·가뭄·지진 등의 자연재해를 통해 큰 피해와 아픔을 주면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지구의 주인인가?"


글·사진=윤관식 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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