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거래완료...5개 중고거래 물건과 이어진 5가지의 사연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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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  발행일 2022-10-07 제39면   |  수정 2022-10-07 08:55

거래완료

LG 트윈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02년 한정판 야구점퍼가 중고거래 앱에 뜬다. 두산 베어스를 좋아하는 이모와 삼촌을 속이고 몰래 LG 트윈스를 응원해온 재하(임승민)가 "점퍼를 구매하고 싶다"며 거래 장소인 잠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판매자인 전직 야구선수 광성(전석호)을 만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재수생 민혁(권일)과 잠을 깨고 싶은 수험생 예지(채서은)는 서로의 처지를 바꿀 수면유도기를 거래하기 위해 수능 30일 전날 밤, 시내 한복판 버스정류장에서 만난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멋진 로커가 되고 싶은 수정(이규현)은 중고 기타를 사기 위해 밴드 기타리스트 교형(이교형)을 찾아가고, 대학생 나나(최희진)는 레트로 게임기를 들고 사형수 우철(조성하)을 찾는다. 사형 집행 전 '마성 전설'의 끝판왕이 되고 싶은 우철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주는 대신 나나는 발표 과제인 다큐 제작을 허락받는다. 그리고 작가 지망생 석호(태인호)는 여동생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평생 모아 둔 세계문학전집을 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거래를 하러 온 그곳에서 신사(이원종)와 그의 딸을 만나고 크리스마스의 작은 기적을 마주한다.

'거래완료'는 현대인에게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가 된 '중고거래'를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거래되는 물건마다 깊게 스며들어 있는 사연을 우리의 일상에 투영해 '버림'이 아닌 '물림'을 통해 마주하는 누군가의, 혹은 어떤 물건의 '두 번째 기회'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을 담았다. 삶에 지쳐 잊힌 꿈과 희망, 추억의 감정들을 따뜻한 판타지로 빚어낸 것은 물론, 중고물건을 매개로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선 낙관과 선의가 가득하다.

영화 속 다섯 개의 에피소드는 각각의 독립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하나의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 편의 또 다른 이야기로 구성됐다. 에피소드1의 광성과 재하는 각각 에피소드 2, 3에 등장하며, 에피소드1과 2에 등장한 석호는 자신의 이야기로 마지막 에피소드를 장식한다. 흥미롭고 독창적인 이 이야기는 각본과 연출을 맡은 조경호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특히 중고거래는 직거래 전까지 판매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의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특징을 살려 영화 속 캐릭터에 다채로움을 부여했다. 조 감독은 "사용하던 물건은 팔거나 사고 싶지 않은 정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중고거래를 매개로 만난 두 사람은 더 쉽게 속마음을 터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고거래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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