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선데이리그...과거 축구 유망주가 이끄는 오합지졸 풋살팀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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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  발행일 2022-10-07 제39면   |  수정 2022-10-07 08:55

선데이리그

준일(이성욱)은 꼰대 마인드와 불성실한 코칭으로 축구교실 계약직 코치 자리에서 해고될 위기에 처한다. 한때는 '검은 독수리'라 불린 축구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좌절한 뒤 술과 담배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와는 이혼 직전이다. 그런 준일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찾아온다. 조건은 성인 아마추어 축구반 코치를 맡아 풋살 대회 예선을 통과하는 것. 준일은 '철수축구단'으로 명명된 축구반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물주인 김사장(강영구), 치킨가게 주인 최씨(오치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축구를 시작한 박씨(이순원) 등과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한다.

'선데이리그'는 짧았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준일의 성장담을 스포츠 영화의 문법으로 담아낸다. 초단기간 포인트 레슨을 통해 오합지졸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는 준일과 팀원들의 대가 없는 풋풋한 열정을 동력으로 삼았다. 다만 독립영화의 형식과 구성에 기초한 만큼 기존 스포츠 영화의 스케일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고민과 갈등에 천착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한다.

종목 선택은 나쁘지 않다. 풋살은 실내에서 행해지는 5인제 미니 축구 경기다. 기존 축구 경기에서 요구되는 팀워크, 공격, 수비, 스피드, 체력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지만, '선데이리그'는 제목처럼 주말에 하는 모든 아마추어 스포츠를 통틀어서 지칭하는 '조기 축구'에 가깝다. 승리를 거둔다고 특별한 이득이 생기는 것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삶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준일의 입장은 다르다. 실패한 축구 선수로 스스로를 규정한 자신을 향해 "나는 아빠처럼 살기 싫다"고 실망한 아들에게만큼은 더 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다.

별다른 갈등 구조 없이 단순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아쉽다. 하지만 완벽해지려는 시도조차 멈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의지를 불태우는 준일과 각각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시종 따뜻한 시선을 견지하며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인생은 완벽함 그 자체보다 저마다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시간, 그 과정의 소중함을 단순 명료하게 전달한다. 연출을 맡은 이성일 감독은 "누구나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직면하고 인정해야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어 OTT까지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이성욱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다.(장르:드라마 등급: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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