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山 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이름 올릴까] (1) 국립공원 지정, 왜 시급한가...40여년 도립공원·관리체계 이원화 '지속가능한 보전 걸림돌'

  • 이자인
  • |
  • 입력 2022-10-11  |  수정 2022-10-11 09:13  |  발행일 2022-10-11 제8면
창간 77주년 특집
[名山 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이름 올릴까] (1) 국립공원 지정, 왜 시급한가...40여년 도립공원·관리체계 이원화 지속가능한 보전 걸림돌

[名山 팔공산, 23번째 국립공원 이름 올릴까] (1) 국립공원 지정, 왜 시급한가...40여년 도립공원·관리체계 이원화 지속가능한 보전 걸림돌


내년 상반기 팔공산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두 번째 생일을 맞을 수 있을까. 팔공산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국립공원 승격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며 어느덧 42년의 세월을 보냈다. 신라시대 5대 산(山)으로 꼽히던 '오악'(五嶽) 중 하나였지만 현재는 오악(지리산·태백산·토함산·계룡산·팔공산) 중 팔공산만이 '국립'이란 타이틀을 못 달고 있다.


팔공산의 국립공원화는 단순히 위상의 승격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생태계와 자연·문화 경관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 한다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진다. 국립공원이 되면 목적에 맞춰 대구경북 차원의 관리를 넘어 국가가 직접 전문화·체계화 된 관리를 투입하게 된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되면 어떻게 변할까. 또 그 과정에서 주민과 상인, 토지소유자들이 소외되지 않을 방법을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2013년 21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자 내년이면 국립공원 10주년을 맞는 광주 무등산과 비춰보며 4편에 걸쳐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의 미래를 살펴본다. 

지난해 5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마침내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하며 국립공원 추진 절차가 본궤도에 올랐다. 10월 현재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공원경계와 용도지구, 시설계획을 조정·결정하는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쯤 결과가 나온다.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지역사회와 지자체의 노력이 오랜기간 지속돼 왔다. 2012년부터 대구경북 지자체는 10차례 이상 토론회·용역 등을 통해 국립공원 타당성을 조사해 왔다. 하지만 그 끝은 '무산' 또 '무산'이었다. 토지 소유자와 같은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에 가로 막혔기 때문이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난제였다.

그러는 사이, 팔공산은 소리없이 훼손돼 왔다. 국가 관리의 국립공원과 달리, 지자체의 이원화된 관리체계, 관리인력·예산 부족으로 관리의 한계를 보여서다. 이 때문에 팔공산의 '국립공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오랜기간 침해돼 온 재산권을 다시 침해받을 수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보호받지 못 하는 팔공산
팔공산은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지다. 국립공원 지정에 필요한 면적을 이미 갖추고 있고, 자연·문화적 유산이 현 국립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와 경북 영천, 경산, 군위, 칠곡에 걸쳐있는 팔공산 도립공원은 총면적 125.232㎢, 해발고도 1천192.3m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팔공산은 면적만 놓고 보면 북한산, 계룡산, 무등산, 태백산 국립공원 등보다 훨씬 넓다. 국립공원 22곳 대비 자연생태자원은 8위, 문화자원 2위 수준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증명하는 듯 매년 서식하는 생물들도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 자연자원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총 5천295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4년(4천739종)보다 500종 가량 증가한 셈이다.

문제는 국립공원 수준인 팔공산의 넓은 면적과 자연문화적 자원에 비해 이를 관리하고 보전해 나가는 지자체의 관리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철저히 관리되지 못한 훼손지와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 9월 팔공산 정상부에 위치한 '노적봉'의 정상석이 훼손된 일이다. 정상석은 훼손 발견 당시 반으로 비스듬히 잘려 윗부분만 남아 있었고 바위에 찍혀 여러 군데 부서진 상태였다. 의문의 탐방객에 의해 훼손된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경북) 측이 경찰에 의뢰도 했지만, 정상부를 비롯한 도립공원 일대에 CCTV가 없어 탐문수사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현재 도립공원 내 설치된 CCTV는 없다"고 했다.

자연스러운 훼손도 이뤄지고 있다. 출입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탐방객들이 비(非)법정 탐방로를 이용하며 탐방로 훼손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가 2020년 발표한 '팔공산도립공원 계획 타당성검토 및 보전관리계획'에 따르면 팔공산 탐방로 훼손지는 15.4㎞로, 전체구간 길이의 20%에 이른다. 특히 팔공산의 주 능선인 가산~팔공산~환성상~초례봉을 따라 토양 유실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훼손뿐 아니라 자연 서식지를 효과적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가산산성 인근에 위치한 '자연습지'와 경북 공원경계를 따라 위치한 생물들의 '서식지'에도 탐방객이 오가며 자역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

이른바 '가산산성 습지'는 경북 칠곡 가산산성 정상부에 위치한 곳으로, 삵과 담비 같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거주하며 최적의 양서류 산란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다만 탐방객의 방문으로 인위적인 간섭 요인이 증가해 외래식물 침입도 우려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오랜기간 자연환경에 맞는 공원경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북 군위와 칠곡군 상부 인근 공원경계부에 위치한 생물의 산란지, 활동지, 동면지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자체 인력·예산으론 생태자원 관리 힘들어
1980년 당시 팔공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며 경북도 소속이었다가, 대구가 직할시(현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1982년 팔공산 관리주체 또한 분리됐다. 경북은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 대구는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로 별개 관리사무소를 통해 각 지역에 위치한 팔공산 영역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원화 된 관리체계가 팔공산을 효과적으로 보전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팔공산자연(도립)공원의 인문학적 자원, 자연생태자원을 보전하고 활용하는 데 장기적·통합적인 비전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정권자가 다르다 보니, 책임주체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각 절차에서 불필요한 시간 소모가 발생하고 있다.

김영삼 팔공산도립공원관리소장(경북)은 "예산 편성이 다르다 보니 서로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도 있고, 탐방로를 정비하는데도 불편사항이 적지 않다. 이는 행정구역으로 나눌 때 정상부로 나누는데, 경계가 지적불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대구시와 협의해 결정할 때의 시간적 요소도 있고, 면적 자체는 경북이 많지만 실제 이용객은 대구가 많아 사업예산 투입도 고민이 많다. 사실 대구시·경북도의 문제라기 보단 행정구역의 분리에서 오는 문제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팔공산 관리 인력과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같은 규모의 국립공원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10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개 국립공원관리사무소(탐방원 포함) 정규직 인원은 평균 100명이다. 하지만 팔공산은 대구경북 전체 관리사무소 정규직 인원을 합쳐도 47명(대구 35명·경북12명)에 불과해 정규직만 놓고 보면 2.5배 가까이 부족한 셈이다. 또 대구시와 경북도는 정규직도 주로 순환직 공무원과 청원경찰로 구성돼 있어 전문화된 인력은 거의 전무하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국비를 포함한 팔공산 전체 관리 예산은 97억원 정도로, 전액 국비 지원되는 국립공원 평균 예산(150억원)보다 훨씬 적다.

이에 조우 상지대 교수(조경학과)는 "팔공산은 능선부 길이가 굉장히 길고 아름답지만 문제는 다니기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0년 동안 탐방 자원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며 길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샛길이 많고 난잡한 편"이라며 "습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이산화탄소의 주요한 흡수원인데, 습지가 훼손되면 오히려 탄소를 뱉어내 탄소가 다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관점에서 봐도 대구시·경북도 관리 체계를 국립공원으로 일원화 해 전문화된 인력, 충분한 예산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자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