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강인 지난 23일 대구시 동구 팔공로 도로변을 따라 고운 단풍이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가을 색채를 뽐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립공원 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팔공산 도립공원에는 국립공원 승격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수십 년째 정상부에 주둔 중인 군사시설과 방송·통신시설의 이전,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 여부, 사유지 매입 등이다.
수십년 정상부 주둔 군부대 초소 2곳
특성상 꼭대기 위치 통신시설 4곳
다양한 여건상 철거 장기간 소요 예상
洪 시장, 케이블카 조속 설치 의지
기존 탐방로 연계 노선부터 해결을
환경 보전 위해 사유지 국유화 추진
추가적 땅 매수는 없을 듯해 긍정적
◆군사·통신시설 이전과 정상부 복원
국립공원 승격 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군사시설과 방송·통신시설의 철거 및 이전 작업이다. 정상부에 오랜 기간 위치하고 있는 이들 시설로 인해 경관이 저해될 뿐만 아니라 보전해야 할 자연공원 구역도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북도는 팔공산 비로봉에 위치한 미사용 군사시설과 방송·통신시설 4곳을 철거했다. 미군시설 1곳, KT 시설물 1곳, KT 철탑 1곳, 방송사 철탑 1곳이 철거 대상이었다. 다만 당시에 미사용 시설물만 철거했을 뿐 사용 중인 군부대 초소 2곳과 방송·통신시설 4곳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군사시설, 방송·통신시설 이전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이면 국립공원 10주년을 맞는 광주 무등산도 국립공원 지정 후 '군부대 이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무등산 정상부엔 1966년부터 공군 방공포대가 주둔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56년간 임시개방을 제외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등 정상부 4m 정도가 훼손돼 왔다.
다행히 지난 18일 광주시와 국방부가 방공포대 이전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군사시설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군부대 사용 기한은 내년 12월31일까지다.
김영삼 팔공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장은 "정상부 공군시설의 레이더기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이전은 장기간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미군시설을 철거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협의해야 했다"며 "방송통신시설 같은 경우에도 특성상 꼭대기에 있어야 효과적이다 보니 모든 사항을 고려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
팔공산 비로봉 정상에 설치된 방송 및 통신용 철탑. 〈영남일보 DB〉 |
◆'갓바위 케이블카' 대안도 제시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갓바위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대구시는 대구교통공사 차원에서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한 케이블카 사업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시에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최대 2년 이상 오래 걸리는 행정안전부 승인 절차를 단축하기 위해 대구교통공사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는 등 국립공원 지정 전 최대한 빨리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설악산·한라산·월출산 등도 오랫동안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해왔지만 항상 환경부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갓바위 케이블카 노선으로 △대구교통공사에선 갓바위집단시설지구~관봉 서편 △대구시에선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낙타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갓바위 노선은 올해 내 기본구상 용역이 착수될 전망이다.
문제는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맞출 수 있느냐다. 환경부는 케이블카(삭도)를 설치할 때 △기존 탐방로나 도로의 제한·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주요 봉우리는 피할 것 △왕복 이용을 전제로 기존 탐방로와 연계를 피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최대한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맞춰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가 제시한 노선은 모두 봉우리와 연결되는 데다 기존 탐방로에 연계돼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시정과제에선 두 가지 규정에 대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 변경을 정부 협조 사항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반면 무등산국립공원은 이런 논쟁에서 벗어난 대안을 마련 중이다. 광주시는 '친환경 방식 무등산 접근성 제고' 방안을 통해 군부대가 활용하고 있는 무등산 정상부 군사도로에 전기자동차나 수소트램을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립공원공단도 이 같은 방안이 팔공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교통약자 편의를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만큼, 이를 위해선 다른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팔공산 케이블카가 교통약자 배려가 주 목적이라면 다른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하다"며 "길을 지그재그로 만들어서 탐방로를 만들거나 속리산처럼 사찰이랑 협의를 통해 전기버스도 운영할 수도 있다. 갓바위~동화사~파계사가 떨어져 있어 산속에 저지대를 이어 편안한 길을 만드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공원지구 내 상인들은 케이블카 설치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탐방객 유치가 가장 중요한 만큼, 국립공원 지정 전에 관광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경환 팔공산상가연합회장은 "국립공원이 되면 시설이 들어오는 것이 더 어려워지니까 현재의 케이블카 노선을 연장하든지, 국립공원과 병행해서 하든지, 선과제는 구름다리나 케이블카"라며 "30여 년 전의 인프라를 갖춰놓고 똑같은 관광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대구시민들도 외면한다. 꽃놀이, 단풍축제를 보러 반짝 오고 그 외엔 잘 찾아오지 않는다. 국립공원이 되기 전 구름다리나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유지 매수도 장기적 과제
국립공원 지정 이후 '사유지 매입'도 장기적인 과제다. 국립공원공단은 2006년부터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를 줄이면서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사유지 매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공원 내 특별히 보호할 가치가 높은 핵심지역 매수를 통해 자연생태계 훼손을 예방하고자 국유화를 추진한다는 목적이다.
사유지 매수 제도는 국립공원 지정의 이점이기도 한데, 이는 도립공원 차원에선 '자연보전 가치'가 높아 매수청구 대상이 될 수 없었던 토지가 국립공원에선 국유화를 통한 보전을 위해 매수청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구시 공원조성과 관계자는 "현재 자연공원법에 따라 매수청구 대상 토지가 되지 못하는 토지가 90% 이상이다. 도립공원 차원에선 살 수 있는 사유지가 없어서 민원이 들어와도 거의 대상이 되지 않아 매수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국립공원공단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844억원을 투입해 31.5㎢ 사유지를 매입 완료했으며, 2019년 143억원 수준에서 매년 매수예산을 늘려 지난해 550억원에서 내년 700억원까지 확대했다.
무등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장은 "국립공원에서 연간 20억원을 투입해 사유지를 매수했고, 지난해부터 550억원 정도로 늘어났다. 신규 국립공원인 무등산의 경우 5년간 별도로 예산으로 받아왔다. 지정 초기 예산이 집중되지만 매수 요청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관건은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다"고 했다.
다만, 국립공원 지정에 앞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국립공원 경계 조정 단계에서 합리적인 토지 편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무등산국립공원 내 편입된 '광일목장'의 경우, 수십 년간 개인이 보전해 온 산림욕장이었으나 국립공원으로 편입되면서 사업 허가를 받지 못해 영업에 피해를 봤다. 진춘호 광일목장 대표는 "지정 당시엔 구두약속으로 분명히 사업엔 차질이 없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사유지 편입 해제를 위한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팔공산의 경우, 다행히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유지 편입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경북도는 국공유지를 중심으로 편입할 계획이고, 대구시도 편입되는 사유지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면밀한 공원 경계안 조정은 필수적이다.
조우 상지대 교수(조경학과)는 "이번 국립공원 지정 단계에선 제3차 국립공원 타당성 검토기준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이에 기존의 사유지가 빠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만약 이번에 들어가도 10년마다 조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시민들의 사유지를 조정하는 것이기에 최대한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사유지매수 예산이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은 보상에 있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이현덕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