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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정상부로 향하는 길목 해발 918m에 위치한 '장불재'에서 탐방로를 따라 정상부 주상절리대로 향하던 등산객들이 잠시 멈춰 주변 억새군락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훼손됐던 복원 전 장불재 모습. 이자인기자 |
기후위기 시대,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탄소저장소'라고 불린다. 19일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22개 전체 국립공원 육상생태계의 탄소저장량은 3만4천700만CO2-ton으로, 일반 산림생태계에 비해 2배 높은 저장 기능을 수행한다. 훼손 없이 보전되는 산림·습지·초지는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천혜 자원인 셈이다. 하지만 팔공산 곳곳은 무분별한 탐방 등으로 훼손된 지역이 적지 않다. 광주의 '무등산'도 도립공원 시절 군부대 이전 잔여물과 무분별한 탐방으로 훼손지가 곳곳에 분포했으나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본격적인 복원과 보전을 거쳐 진정한 명산(名山)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무등산을 찾아 국립공원 지정 결정을 앞둔 팔공산의 미래를 엿보았다.
인력·예산 늘어나며 자연보전 집중
훼손 심했던 장불재·중머리재 복원
자원·생태·경제적 가치 2배로 증가
명품마을 등 주민 수익사업도 병행
팔공산 훼손 탐방로 全구간의 20%
관리 중심 정비 그쳐 자연보전 한계
◆국립공원 지정 후 새롭게 태어난 훼손지
무등산국립공원에는 정상부로 향하는 길목 '장불재'라 불리는 식생지가 위치해 있다. 해발 919m 고지대이지만 평평한 억새군락지가 형성돼 있고, 정상부로 향하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탐방로와 식생지는 펜스로 분리돼 시민들은 탐방로를 따라서만 걷고, 이곳에서 경관을 감상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장불재에는 1966년부터 1998년까지 공군 제8989부대가 주둔했다. 1998년 군부대 이전 후 훼손이 심한 상태로 수십 년간 방치되기도 했다.
또 다른 탐방지인 '중머리재'도 연간 40만~50만명의 발길이 닿는 주요 지점이다. 이곳도 장불재와 마찬가지로 국립공원 지정 전까진 식생지역과 탐방객 이용공간 경계가 나뉘어 있지 않아 훼손이 심했다. 특히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삵' 등의 포유류 서식지였지만, 표면 흙이 30㎝까지 유실된 상태에 이르러 완전히 보전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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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훼손됐던 복원 전 장불재 모습.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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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탐방으로 훼손됐던 복원 전 중머리재의 모습.<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제공> |
국립공원 지정 이후 훼손지였던 '장불재'와 '중머리재'는 본격적인 복원 작업을 거치게 된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는 2015년부터 장불재 기반안정 공사를 실시했고, 훼손지 인접 지역의 자생 풀포기를 채취·식재해 주변 식생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중머리재에 대해서도 같은 해 1년간 복원사업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목재 데크로드, 난간, 표지석 등을 설치해 현재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국립공원 지정 이후, 관리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며 자연 보전에 집중할 수 있어 가능하게 된 결과"라면서 "예전엔 탐방로가 현재 37개보다 더 많았고, 지자체의 소관 부서가 한 곳밖에 없다 보니 관리 인력이 지금보다 적어 자연을 보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립공원 지정 과정에서 새로운 습지를 발굴한 데 이어, 2018년 주상절리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그에 따라 자원·생태가치와 경제적 가치도 1.9배 올랐다"고 설명했다.
◆무등산국립공원과 지역주민의 '상생'
무등산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생태자원보전뿐 아니라 주민과의 상생 또한 만들어 냈다. 대표적 사례가 '명품마을'과 '국립공원지킴이(녹색순찰대)'다.
명품마을은 국립공원 구역에 포함된 마을 중 국립공원의 자연생태계·문화자원을 활용해 주민의 수익화 사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무등산엔 총 2개 명품마을이 있으며, 그중 '평촌마을'은 전국에서 찾는 마을로 유명해졌다. 평촌마을은 광주 북구 끝자락에 위치해 주민 100여 명이 거주하는 소외된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 전까진 오폐수시설도 없었으며 수해가 발생해도 가장 늦게 지원을 받는 지역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립공원 승격 이후 평촌마을은 자발적으로 명품마을 지정을 신청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낙후된 지역이었던 이곳을 발전시킬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무등산평촌마을영농조합 정태영 위원장은 "국립공원 지정 전까지 평촌마을은 광주에서 가장 동떨어진 섬 같았다. 주민 수가 적어서 지역 내 목소리를 내거나 사업을 지원받기도 어려웠다"며 "명품마을 지정 후엔 오폐수시설이 빠르게 설치됐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무등산 브랜드를 활용해 마을 특산물을 판매하고, 숲속체험장엔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소외됐던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고용하는 '국립공원지킴이(녹색순찰대)'도 만족스러운 지역 일자리로 자리 잡았다. 국립공원지킴이는 매일 공원을 순찰하며 탐방객을 안내하고, 불법벌목이나 출입금지 구역 출입을 감시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역주민만을 대상으로 공원마다 평균 10~20명을 고용하며, 별도 연령 제한은 두지 않는다.
무등산국립공원지킴이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기창(67)씨는 "무등산 자락에서 자라서 어릴 때부터 무등산을 뒷마당처럼 오가곤 했다.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에서 근무한다는 데서 자긍심도 생기고 돈 주고도 산에 가는데, 산에 공짜로 와서 일하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정말 좋다"며 "동료들도 20~30대부터 60대까지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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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무등산국립공원 명품마을인 '평촌마을'에서 무등산평촌마을영농조합 정태영 위원장과 무등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이 지역 특산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자인기자 |
◆팔공산, 국립공원 이후 어떻게 바뀔까
대구시가 2020년 발표한 '팔공산도립공원 계획 타당성 검토 및 보전관리계획'에 따르면 팔공산 탐방로 훼손지는 15.4㎞로, 전체 구간 길이의 20%에 이른다. 특히 팔공산의 주능선인 가산~팔공산~환성산~초례봉을 따라 토양 유실이 심각한 상태다.
지자체 차원에서 탐방로 정비 사업을 시도하곤 있다. 하지만 훼손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없고 예산·인력이 시설 관리에 주로 투입돼 복원 사업을 진행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북도는 2018년부터 내년까지 총 90억원을 투입해 '여리재'부터 '갓바위'까지 탐방로 26.4㎞ 구간을 재정비하고 있다. 탐방객 안전을 위해 위험구간을 개선하고, 안내판·전망대를 마련하는 '소원길 생태탐방로 조성공사'다.
대구시도 2017~2018년 3억4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팔공산 둘레길 1코스와 16코스 10.7㎞를 대상으로 정비를 마쳤다. 다만 대구시 관계자는 "경북도에 비해 자연구역이 적고 집단시설지구 3곳과 순환도로가 있다 보니 자연보전보다는 상가지구 등에 대한 관리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한계를 밝혔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다면 10년마다 타당성 조사를 통해 정상부 복원, 식생지 보전, 탐방로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명품마을과 국립공원지킴이도 함께 추진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팔공산은 도립공원이어서 지금까지 훼손지 연구가 없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이후 면밀한 조사를 통해 무등산과 같은 정비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정상부에 위치한 군부대·철탑 이전을 통해 자연보전 구역을 복원해 생태·자원적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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