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곳곳 점령한 외국어 간판·메뉴판…"글로벌 시대에 어쩌나" 난제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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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9 17:19  |  수정 2022-10-09 17:28  |  발행일 2022-10-10
[제576돌 한글날]

빌딩 입주한 모든 가게 간판 외국어인 곳 많고

日·베트남어 등 외국어 종류도 각양각색

메뉴까지 외국어로 표기한 곳도 적지 않아
대구 곳곳 점령한 외국어 간판·메뉴판…글로벌 시대에 어쩌나 난제
9일 오후 대구 동성로 한 가게 앞에 상호를 알기 어려운 일본어가 적혀 있다. 이남영기자
대구 곳곳 점령한 외국어 간판·메뉴판…글로벌 시대에 어쩌나 난제
9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가게. 간판에 적힌 외국어로 어떤 가게인 지 알 수 없다. 이남영기자

대구 곳곳을 차지한 외국어 간판과 메뉴판은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 유입 등을 고려하면 세계화의 딜레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576돌 한글날(9일)을 맞았지만,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가게의 '간판'은 외국어로 가득해 한글날이 무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9일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어느 곳을 가든 외국어가 적힌 간판으로 도배된 상가들로 즐비했다. 한 건물에 입점한 가게 전체가 외국어로 표기된 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고, 일본·베트남·영어 등 적힌 외국어의 종류도 각양각색이었다.

일부 식당은 간판뿐 아니라 음식 메뉴명까지 외국어로 표기한 곳도 있었다. 가츠 동(돈까스 덮밥), 에비(새우) 등 외국어 발음을 우리말로 쓴 메뉴가 있는가 하면 김치라이스(김치볶음밥), 닭도리탕(닭볶음탕) 등 충분히 한글로 표기 가능한 메뉴가 외국어로 적혀 있기도 했다.

외국어 메뉴판까지 등장하면서 시민들은 헷갈린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글날 연휴를 맞아 9일 점심식사를 위해 대구 중구 동성로를 방문한 한 시민은 식당 앞에 일본어로 적힌 메뉴판을 보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시민은 외국어로 적힌 가게를 지나가면서 "뭐라고 적힌 건 지 알겠느냐"며 지인에게 되묻기도 했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시민은 한글 간판에 대한 선호도를 드러내면서 외국어의 무분별한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직장인 장모(38·대구 북구)씨는 "제주도를 갔을 때 우리말 중 하나인 제주 방언을 사용해 가게 이름을 지은 식당과 카페를 여럿 봤는데, 굉장히 정겨운데다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며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을 보면 가끔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다. 외국어로 된 가게 이름이 어떤 특별한 뜻을 담고 있지 않다면 최대한 한글로 가게 이름을 짓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모든 간판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 세계화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글만을 고집하는 것이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


시민 김모(31)씨는 "외국어 간판이 꼭 우리 말을 해치는 요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외국어 간판을 통해 본인 가게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좀 더 친숙하게 보이는 등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히 있다"며 "외국어 간판의 무조건적인 거부가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어 간판이 고질적인 문제임을 지적하며 공공언어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미향 영남대 교수(글로벌교육학과)는 "최근 '가락방' '청춘상회' 등 조금씩 우리말이 간판으로 돌아오는 추세다. 그렇지만 외국어 가게 이름으로 상점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모르는 언어에 대한 동경심으로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오래된 건 사실"이라면서 "가게 이름을 짓는 분들은 소비자가 어떤 언어를 사용한 가게 이름을 원하며, 그것이 긍정적인 판매전략으로 이어질 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의식주와 관련된 업종의 경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 누구나 알 수 있는 언어로 간판을 부착하는 등 간판에 사용될 우리말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고 다시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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