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자백…'밀실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 사업가' 사건의 진실은?

  • 윤용섭
  • |
  • 입력 2022-10-28 08:47  |  수정 2022-10-28 08:50  |  발행일 2022-10-28 제39면

자백

IT업계 유망 사업가 유민호(소지섭)는 괴한의 습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다.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내연 관계인 김세희(나나)와 함께 호텔에 머무르던 중이다. 잠시 뒤 깨어난 민호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희를 발견한다. 그녀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있고, 괴한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때마침 들이닥친 경찰에게 결백을 주장하는 민호. 그러나 밀실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그는 유일한 용의자가 된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민호는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선임한다. 산속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민호를 찾아온 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날의 상황을 진술하는 민호의 말에는 뭔가 의심쩍은 구석이 있다. 신애는 자신에게 모든 진실을 얘기해야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민호를 설득하고, 결국 숨겨진 진실이 그의 입을 통해 서서히 밝혀진다.

영화 '자백'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범인이 현장에서 사라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놓고, 퍼즐의 조각을 맞추듯 민호와 신애의 대화를 통해 재구성되는 밀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스페인 감독 오리올 파울루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를 리메이크했지만 촘촘한 짜임새와 한층 한층 미스터리를 쌓아가는 장르적 구성은 원작을 능가한다. 화려한 장치나 기교 대신 캐릭터의 심리에 천착한 치밀한 복선과 서사가 지루할 틈 없이 효율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은 민호의 누명을 함께 벗겨주고픈 변호사의 입장이 된다. 하지만 신애의 시선을 빌려 사건에 개입하던 관객은 민호가 신애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비밀이 존재한다는 사실 앞에 혼란스러워진다. 민호와 신애의 대화 과정에서 과거 진술과 사건은 계속 바뀌고 재구성되는데, 이야기가 달라질 때마다 드러나는 비밀과 반전의 연쇄구조가 흥미진진하다. 원작을 이미 본 관객의 입장에서도 말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는 영화의 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했다. 이를 동력 삼아 결말에 이르기까지 결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범인은 누구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탄탄한 서사에 완성도를 더한 배우들의 힘이 컸다. 김윤진, 소지섭, 나나는 특정 감정을 명확히 지시하는 단호함보다는 무언가 일어나기 직전의 조짐을 형성하는, 미스터리 장르에 요구되는 연기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장르:미스터리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