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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한 후폭풍이 26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이처럼 국회 예산심사를 앞두고 여야간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면서 대통령실은 국회의 예산심사·의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것은 정치 상황이 어떻더라도 과거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30여 년간 우리 헌정사에서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져 온 것이 어제부로 무너졌다"며 전날 민주당의 보이콧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치라는 것은 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앞으로는 정치 상황에 따라 대통령 시정연설에 국회의원들이 불참하는 이런 이들이 종종 생기지 않겠나 싶다. 그것은 결국 대통합뿐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약해지는 것이 아닌가"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좋은 관행은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경제와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아도 가을 하늘은 드넓고 맑다"며 "어제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우리 국회와 국민께, 그리고 국내외 시장에 알렸다. 그리고 지금 건전재정 기조로 금융안정을 꾀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방향을 국내외 시장에 알리며 국제 신인도를 확고하게 구축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의원님들이 전부 참석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 심사를 마쳐서 내년부터는 취약계층의 지원과 국가 발전과 번영에 필요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시정연설에서 야당과의 '협치'란 표현이 명시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야당이란 말은 안 썼지만,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은 시정연설에 대한 비판을 이어나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전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언급하고 "초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만들어 놓고서 재정건전성을 들먹이며 시급한 민생예산은 칼질하는 모순을 드러냈다"며 "약자복지는 어불성설이다. 약자무시이고 약자약탈"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준예산 집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 대응 계획)을 내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 기조를 거듭 천명하면서, 법정 시한(12월 2일)은 물론이거니와 연내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1960년 준예산 제도가 도입된 이후로 지금까지 준예산이 편성된 사례는 없었다. 이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우려해 국민의힘은 '최악의 수'를 피하고자 민주당의 일부 예산 증액·감액 요구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전해졌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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