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지나도 이어진 추모 물결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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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7  |  수정 2022-11-06 19:03  |  발행일 2022-11-07 제1면
사고 발생 일주일 유실물 한없이 주인 기다려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지나도 이어진 추모 물결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6일 서울도시철도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사람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노진실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지나도 이어진 추모 물결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이 끝난 다음날인 6일 사고 현장 앞에 놓여진 국화꽃과 선물들. 노진실 기자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 지나도 이어진 추모 물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들이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진실 기자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애도기간(5일까지)이 끝났지만, 시민들의 추모는 6일에도 이어졌다. 특히 사고 발생 현장과 인접한 서울도시철도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이날도 추모객들이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6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쌀쌀한 날씨속에 오전부터 서울시민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참사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슬픔과 상처는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추모공간 한 켠에 흰 국화꽃을 놓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추모공간 곳곳에는 생전 고인들이 좋아했을 만한 과자와 음료수, 인형 등 작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추모를 마친 이들은 경찰 통제선 밖에서 사고가 난 골목길을 바라보며 낮은 탄식을 했다.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떻게 저 좁은 곳에서 그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느냐"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번 참사로 가까운 지인을 잃은 한 남성도 골목길 앞을 찾아 원망스러운 듯 한참 동안 그 길을 바라봤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사고가 난 지난 주 토요일의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 1주일 동안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아서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 와 봤다"며 "좋은 곳으로 가길 빌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추모공간을 찾았다. 이번 참사 희생자 중 적잖은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모리셔스에서 왔다는 데비씨는 "우연히 추모공간을 지나게 됐는데, 이 공간을 걸어보니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대부분이 다들 젊은 사람들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크람씨는 "희생자 중에 친구나 지인은 없지만,핼러윈을 앞두고 일어난 이번 참사 소식을 듣고 애도를 표하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엔 이번 사고로 친구를 잃은 한 20대 미국인이 추모 공간을 찾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모공간 인근에서는 이태원 상인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도 이날 오후 조문객들 사이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사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사고 발생 초반의 목격자이기도 했다. A씨는 "이태원에서 수년간 장사를 했는데, 이곳은 원래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되면 사람이 많다. 지난 달 28일(참사 발생 하루 전)에도 사람이 붐볐다"며 "그런데 29일에는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졌는데, 인원 정리가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1주일 여가 지났지만 아직 희생자들의 유실물은 많이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에는 당시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한 이들의 물품이 상당수 보관돼 있었다. 흙이 묻고 구겨진 신발과 옷가지들이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주인 이름 없이 번호표가 붙은 그 물품들은 한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당초 6일까지였던 유실물센터 운영을 13일까지로 연장했다. 유족 등이 물품을 찾아가는 것을 지켜본 한 시민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며 그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토요일인 5일, 서울 곳곳에서 참사 관련 크고 작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서울시청 광장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대학생 홍모(21)씨는 "앞으로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재발 방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이태원에서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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