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키운 불법 건축물, 대구에도 1천680건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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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  수정 2022-11-09 17:13  |  발행일 2022-11-10 제1면
수성구 421, 달서구 330건, 중구 220건

전문가들 "법 개정 등 관계당국 조치 시급"
이태원 참사 키운 불법 건축물, 대구에도 1천680건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난 골목길에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사고발생 골몰길에 맞닿은 해밀톤호텔 서쪽면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가벽.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키운 불법 건축물, 대구에도 1천680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태원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사고 현장 바로 옆 해밀턴호텔의 무단 증축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무단 증축 등 불법 건축물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관련 정비가 시급하다.

해밀턴호텔의 불법 건축물이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했고 이태원 참사 피해 확대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9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이 호텔 관련 압수수색에 나서 자료 등을 확보했다.

대구에도 해밀턴호텔처럼 시설 개선 없이 이행강제금(과태료)만 내고 불법 건축물을 철거 또는 개선하지 않는 건물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 8개 구·군이 올해 불법 건축물로 인한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를 토대로 확인한 결과, 총 1천680건으로 확인됐다.


수성구가 421건(과태료 3억6천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달서구(330건·5억3천667만원), 북구(238건·2억1천만원), 중구(220건· 2억4천800만 원) 순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목 폭이 좁은 지역이 많은 중구의 부과 건수 220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남구(184건)와 서구(140건) 역시 100건을 넘겼으며, 동구(85건)와 달성군(62건)에서도 수십 건의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가 매겨진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된 대다수의 불법 건축물은 개인 사유지 내 무단 증축과 컨테이너 등을 활용한 임시 건물 등이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이태원과 같이 보행자의 통행로를 막은 사례도 있었다.

대구 지자체 한 공무원은 "실제 대구의 한 가게가 철골, 비닐 등을 이용해 도로 앞 공간을 넓히거나 가게 뒷편을 무단 증축해 건물 간격을 좁게 만든 경우를 본 적이 있다"며 "이런 경우엔 담당 지자체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관련 공문을 보내는 등의 행정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법 증축물에 대한 제재는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건축물 신고가 접수되면, 담당 지자체는 시정 명령, 공문 전달 등의 행정 조치를 통해 이행강제금이라는 제재 수단을 취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강제 철거(행정대집행) 등 강력한 규제는 민원 제기 등으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1992년 6월 개정된 건축법 때문이다. 법 개정 이전에는 불법 건축물에 대한 강제철거가 가능했지만 사유 재산 여부, 옆 건물 손상 등의 이유로 강제 철거 권한이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불법 건축물을 유지하고 있는 개인, 기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구 지자체 관계자는 "법 개정 이후 시간을 들여 불법 건축물을 시정 하라는 공문을 보낸 후 시정 기간 내에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매년 두 번씩 부과하는 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을 내고 불법 건축물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불법 건축물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태원 참사가 난 골목과 같은 불법 증축물이 있었더라도 제도적인 한계로 일대를 해결할 방법을 찾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등 관계 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박무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무단 증축 등 불법 건축물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이행강제금 부과라는 손해보다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보니 '불법 건축물을 유지하면 안 된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며 "무단 증축과 같은 불법 건축물에 대한 제재를 확실히 하고 제재의 정도를 엄격히 하는 등 제도상으로 처벌의 확실성과 엄격성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축법뿐 아니라 도로교통법으로도 불법 건축물이 보행자의 통행을 막을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정 설정도 재검토 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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