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있네' 메모 후폭풍…김은혜 사과에도 野 "사퇴하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면담 내용 등에 대해 브리핑 도중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날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불거진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과 관련해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비롯해 야권에서는 김 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메모후폭풍'이 이어졌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 일정 설명 후 "마지막으로 어제 운영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부적절한 처신을 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운영위에 집중 못 했다. 반성한다"면서도 "다만 이 필담은 운영위와 이태원 참사와 전혀 관계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전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운영위 국감에서는 강 수석 노트에 적힌 '웃기고 있네' 문구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해당 문구는 김 수석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수석은 "의원들 질의와 무관한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모욕"이라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김 수석과 강 수석이 국감장에서 퇴장당했다.

민주당은 이번 메모 논란을 두고 김 수석과 강 수석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은 국회를 모독한 대통령실 수석들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날 국회 운영위 회의에서 민주당 전용기 의원 등이 대통령실을 향해 두 수석의 사퇴 요구를 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은 국회 모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메모 논란과 관련해 "두 분은 국회의원도 한 분들이고 국회를 모독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잠깐 일탈이 있는 것이죠. 계속 떠든 것은 아니잖나"라며 "저도 사과하고, 다 사과하고, 그리고 (두 수석이 국감장에서) 퇴장까지 하지 않았나. 더 이상 뭘 하란 말입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전날 국감에서 국회 운영위원장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두 수석을 퇴장 조치한 것을 두고 과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두 수석이 '개인 간 대화'였다고 해명하고, 정식으로 사과까지 했는데도 주 원내대표가 이들을 퇴장시킨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야당 공세에 적극 방어에 나서야 할 여당 원내대표로서 퇴장 조치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에게 모욕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상민 장관의 거취 문제부터 이번 참사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나 전날 두 수석의 퇴장 조치까지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대통령실 쪽에서도 어제 주 원내대표의 국감 의사 진행 등 잇단 행보를 두고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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