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 의료원을 다시 방문, 이영돈 헤브론 병원장과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아동의 치료를 논의한 뒤 십자가를 선물받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병원을 방문한데 이어 12일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의 집을 방문한 바 있다. 연합뉴스 |
![]()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의 집을 찾아 건강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1일 헤브론 의료원을 방문했을 때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들을 만나는 자리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이 환아의 집을 이날 방문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독자 행보를 두고 14일 정치권이 입씨름을 벌였다.
야권이 김 여사가 배우자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한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동을 찾은 것을 두고 배우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하며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을 했다며 공세를 편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거론하며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첫 동남아 순방지인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양국 보건협력을 상징하는 병원들을 잇따라 찾았다. 김 여사는 11일 오후 프놈펜에 도착한 뒤 헤브론의료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했다. 헤브론의료원은 2007년 김우정 원장 등 한국인 의사들이 세운 의료시설이다. 김 여사는 이어 앙두엉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2015년 안과 병동 개원, 지난 3월 이비인후과 병동 리모델링이 이뤄졌다.
이후 다음날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아 쾌유를 기원했다. 김 여사는 전날 헤브론의료원 방문 당시 만나려 했던 이 소년이 몸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날 자택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또한 캄보디아 측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방문을 기획했으나, 김 여사는 대신 이 아동의 집을 방문했다고 대통령실 측은 전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측은 김 여사가 배우자 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현지 병원 방문 등 일정을 소화한 것을 두고 연출된 선행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또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외교 행사 개최국의 공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외교적 결례이고, 의료 취약 계층을 방문해 홍보 수단으로 삼은 건 더욱 실례"라고 비판했다. '빈곤 포르노'란 모금이나 후원 유도를 위해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영상이나 사진을 의미한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최 측 요청 행사에 특별한 이유 없이 안 가면 그 나라 입장에선 조금 서운하다"면서, 김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낀 채 기념사진을 찍은 데 대해서도 "공식 사진 촬영인데 조금 불편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배우자 공식 행사는 안 가고 환자 집에 찾아가서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하고 재클린 케네디가 (입었던) 민소매 드레스 입고 나갔다"며 "공식 행사가 있는데 거기는 가지 않고 개별 행동을 한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문제 제기를 쓸데없는 트집이라고 반박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단독 방문 사례 등을 거론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빈곤 포르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망언 참사이자 정치 테러"라며 "가난과 고통을 구경거리나 홍보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기막힐 따름이며 상대국과 아픈 어린이에게 외교적 결례와 모욕이자 상처"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영부인의 자리를 악용한 정숙 씨에 비하면 김건희 여사의 이번 선행 행보는 천 번 만 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저는 그런 '관광객 영부인'보다 오드리 햅번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선행 영부인'이 백 배 천 배 더 좋다"고 주장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