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안동·예천 행정통합에 부쳐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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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1 06:48  |  수정 2022-11-21 07:03  |  발행일 2022-11-21 제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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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주위로부터 "누구를 가장 존경하냐"고 물으면 두 사람을 꼽았다. 세종대왕과 이순신이다. 한국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종도 사람이라서일까. 그의 정책에도 실수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수령고소금지법'이다. 1409년 윤 4월20일, 태종실록에 밀양군수가 지역민 4명을 이유 없이 때려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밀양군수는 형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고 파면에 그쳤다. 왜 파면만 했을까. 이는 세종이 "수령을 고발한 백성은 장 100대를 치고 3천 리 유배형에 처한다"는 '법안'에 결재를 해서다.

이 법안 때문에 지역민을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인 수령이 파면에 그치고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당시 백성이 수령을 고소하는 행위는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골적인 수령의 전행(專行)이 문제가 되자 세종은 긴급대책 회의를 열었다. 병조참판과 공조참판 등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세종은 그때그때 법안 수정을 하자며 이를 피했다. 세종은 1437년에 가서도 법은 폐지하지 않은 채, '고소하기를 허락'한다고만 했다. 이 법안은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숙종 때까지도 논란이 거듭되다 사라졌다.

지난 7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권기창 안동시장이 안동과 예천의 통합을 위해 여러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반면 김학동 예천군수는 '행정서비스 통합이 먼저'라며 반대 뜻을 고수하고 있다.

과거 조선 시대에도 어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면 300년 동안이나 그 영향이 지속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그 영향이 더 오래 갈 수 있다. 만약 세종이 '수령고소금지법'을 좀 더 자세히 검토한 후 문제가 있어 보완했다면 조선의 태평성대는 더 오랫동안 지속하지 않았을까.

권 시장이 주장하는 '행정통합을 해야만 주민 서비스가 좋아진다'가 아니라 주민 서비스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행정서비스통합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먼저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근에는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들도 도로에 현수막을 내걸고 통합논의에 가세하고 있다.

도청 이전과 함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금까지 쓰레기 종량제 봉투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는 행정서비스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정작 지역민들이 원하는 것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부터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부터 먼저 하고 다음 논의를 하면 안 되나.

장석원기자〈경북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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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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