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의 길 Ⅴ- 독일의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 .6] BIBB...국가·산업 공동 책임 직업훈련체계…종합적 인력양성 토대

  • 박종문
  • |
  • 입력 2022-11-23 07:02  |  수정 2022-11-23 08:03  |  발행일 2022-11-23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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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옛 수도 본에 있는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 BIBB는 고용주와 노동조합, 연방 정부 및 주 정부의 대표들로 구성된 본위원회가 동등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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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직업훈련원 본위원회 구성.

세계 제2차 대전 패전국이던 독일(서독)은 라인강의 기적을 일으키며 외형적으로 안정된 국가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만 교육과 직업체계는 매우 취약했다.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낮고 베이비붐 세대들의 교육과 직업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여기에다 1960년대 후반 전 유럽에 불어닥친 제조업 쇠퇴로 인한 경기침제를 겪으면서 독일에서는 실업이 사회 문제가 됐다. 1968년 소위 독일 학생운동이 촉발되면서 독일은 전후(나치)청산을 비롯해 국가시스템 개편에 착수한다. 이듬해인 1969년에 탄생한 것이 독일 직업교육(훈련)법(BBiG·Berufsbildungsgesetz)이다.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의 통합이라는 이중교육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제도적 뒷받침을 받게 됐다. 이 법 탄생 1년 뒤인 1970년 직업훈련업무를 담당할 연방직업훈련연구소(BBF·Bundesinstituts fur Berufsbildungsforschung)가 설립됐다. 현재의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Bundesinstitut fur Berufsbildung) 전신이다.

'BBiG' 제정은 직업훈련의 제도 변화
공예 등 전 분야 전국적 규정 적용
'교육에 중점 둔 견습생' 양성 박차

1970년 훈련연구 위한 'BBF' 설립
이후 연방직업훈련위 결합 BIBB 등장
주 업무는 실습프로 운영·고용 창출

최근 출산율 저하로 산업인력 부족
인력난 해결책으로 이민자 수용도
사회적응·기술교육 병행 체제 운영


◆직업훈련법(BBiG)과 연방직업훈련연구소(BBF)

직업훈련법(BBiG)은 고용주와 일부 주 정부의 저항을 극복하고 노동조합과 당시 집권당인 사회민주당의 발의로 1969년 제정됐다. 지난 10년여 동안 지속된 논쟁을 종식하고 직업훈련 분야의 제도적 변화를 일군 것이다. BBiG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사내 교육이 이루어지는 모든 부문에 대한 전국적인 규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산업, 무역, 공예, 농업 및 공공 서비스 등이 총망라됐다. 법 제정 후 훈련직종은 기간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규정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또 특이할 만한 것은 교육과 훈련의 병행이다. 단순 견습생에서 '교육에 중점을 둔 견습생'이 된 것이다.

BBiG의 핵심 구성 요소는 1970년 설립된 직업 훈련 연구를 위한 연방연구소(BBF)의 설립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직업 훈련 연구를 지속적인 학제 간 작업으로 요구하는 베를린 노동단체 및 상원이 의뢰한 전문가 보고서였다. 고도 산업화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조직, 교육 분야의 지식을 하나의 기관으로 묶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BBF의 임무는 오늘날 세계에서도 여전히 독특하다. 국가와 산업이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직업 훈련 연구, 일종의 '공공-민간 파트너십' 구축이었다.

빌리 브란트 총리는 1973년 BBF 기능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관할 부서를 연방 노동사회부에서 연방 교육과학부(BMBF)로 이관했다. 나아가 연방 정부는 직업훈련법(BBiG) 개정안을 발표했다. 수정된 BBiG의 초안은 무엇보다도 학교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계한 종합적인 인력양성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에 연방직업훈련위원회와 연방직업훈련연구소(BBF)가 조직적으로 결합된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를 1976년에 설립했다.

◆BIBB와 본위원회(Hauptausschuss)

BIBB는 △일자리 △실습 프로그램 △연구 △국제적 직업 훈련 △교육과 직업의 전환 △직업 훈련 △기술·디지털화 △지속적인 전문 교육 △데이터 및 교육 보고 등이 주된 업무다.

BIBB의 본위원회(Hauptausschuss/Main Committee)는 BIBB의 기관인 동시에 직업 훈련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연방 정부의 법적 자문 기관이다. 이해관계의 원활한 조정을 위해 고용주(기업)와 노동조합, 연방 주정부 및 연방 정부의 대표 등 4개 세력이 동등한 득표율로 함께 일한다.

고용주(기업) 측은 독일 고용주협회 연합, 농민협회, 상공회의소협회, 금속 및 전기산업 사용자협회, 독일 수공예협회, 독일 직업훈련산업 이사회, 독일 공예중앙협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동자 측은 공무원협회 및 관세동맹, 독일 노동조합 연맹, 교육 및 과학 연합, 건축·농업 및 환경산업 조합, 광업·화학 및 에너지산업 조합, 산업조합 금속, 유나이티드 서비스 연합 등이 참여한다. 주정부는 바이에른 등 16개 주정부가, 연방정부는 내무부, 노동사회부, 경제에너지부, 교육연구부 등이 멤버다.

본위원회는 이들 4개 세력에서 각각 4명을 파견해 16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세력은 8장의 투표권을 가진다. 또 연방 노동청과 연방 수준에서 활동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각각 한 명의 대표가 자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본위원회는 중기 및 연간 연구 프로그램을 정하고, 연구소의 예산을 결정하며, 회장의 조치를 승인하고, 직업 훈련의 촉진 및 추가 개발을 위한 권장 사항을 만들고, 연방 정부의 연례 직업 훈련 초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BIBB에는 본 위원회와 더불어 BIBB의 연구 작업, 특히 연구 프로그램, 대학 및 기타 연구 기관과 연구소의 협력에 조언하는 과학자문위원회, 장애인을 위한 직업 훈련 분야의 임무에 대해 조언하는 장애인문제위원회도 두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이민 증가

독일은 사망보다 출생이 적어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 외국인 이민으로 그 차이를 메우고 있다. 2020년 말 독일 거주 인구는 8천315만5천31명이다. 2019년 8천316만6천711명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는 외국 이민자로 인해 인구 감소폭이 줄어든 것이다. 1964년에서 1973년 사이에 태어난 여성은 평균 1.6명의 자녀를 낳았다.

독일 통일 이후 독일로 이주한 사람은 총 870만명이다. 이 중 90만명이 독일 국적을 갖고 있고 780만명이 외국 국적을 갖고 있다. 현재 이민 동기는 전쟁과 추방이 큰 요인이다. 과거의 경제적 이유, EU 이동의 자유 또는 가족 재결합만큼 중요한 요인이다. 1990년대 독일로의 이주는 재정착자, 망명 신청자 및 난민이 많았다. 2000년대 들어, 특히 2011년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자격을 갖춘 근로자 및 자영업자의 이민이 증가했다. 2014년부터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국가, 특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이민자가 몰려들었다. 2015년에만 210만명이 이주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9년에는 유럽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약 51%가 독일로 왔다.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에 약 2천190만명의 이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독일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27%다. 지난 10년 동안 20%에서 27%로 증가했다. 이들 이민자의 중위 연령은 34세로 이민 배경이 없는 사람(49세)보다 15세 어리다.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독일의 30세 미만 인구 2천450만명 중 약 900만명(37%)이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 900만명 중 35%는 외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왔다.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난민들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이 강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일에 부족한 산업인력을 이들 난민으로 채우려는 구상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 저하로 산업인력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독일인들의 삶의 여건이 개선되면서 전통적인 직업훈련체계에 변화가 생겨 궂은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그 공백을 이민자들로 채우려는 것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주변 국가의 이민자를 적절히 받아들여 산업인력으로 육성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독일 직업훈련체제는 이민자들이 독일에 정착해 산업발전에 기여하면서도 사회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과 함께 사회적응교육을 함께 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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