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로에 선 자치경찰제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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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4 06:41  |  수정 2022-11-24 06:51  |  발행일 2022-11-24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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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기자<사회부>

올해 한 경찰서에서 자치경찰위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려던 일이 있었다.

당시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신고를 받았으며, 당시 경찰이 보이스피싱을 확인하고 출금을 제지시켰다. 하지만 불만을 가진 피해자가 자신의 지인인 한 자치경찰위원과 통화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피해자의 전화를 받은 위원이 경찰과 함께 피해자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 등을 설명하며 피해자의 현금 인출을 막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됐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에 기여한 은행 직원과 자치경찰위원께 표창 전달 및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내용을 떠나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상근직 자치경찰위원이 과연 경찰의 '일반 국민 표창장' 수여 기준에 해당되느냐는 것. 자치경찰 업무 관련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인물이 그저 '시민 조력자'라며 상을 받아도 되는가. 둘째, 왜 자치경찰위원을 지칭할 때 '께'라는 극존칭을 사용했느냐는 것이다. 셋째, 그 위원이 상을 받았다는 내용이 왜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가 돼야 했느냐는 것. 해당 경찰서에 관련 문의를 했다. 그저 물은 것뿐인데, 경찰서 측은 "감사 인사만 전하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돌연 표창장 수여를 취소했다.

해당 에피소드 외 몇 가지 사례를 지켜보며 기자는 자치경찰제, 더 정확히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좀 불안하게 느껴졌다. 모두를 위해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그랬던 자치경찰제가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 기로에 선 듯하다.

시민 안전과 관련된 아픈 참사를 거치며 "자치경찰제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법에는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가 자치경찰 사무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물론 자치경찰위원들은 권한의 한계, 일원화 모델 등을 이유로 대며 반론을 편다. 하지만 '모호하고, 윗사람은 많아진' 자치경찰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자치경찰제의 특성·권한 여부와 별개로 그 다양했던 이벤트성 행사들만 나열해 봐도 충분히 허무해진다.

대구 자치경찰위가 올해 들어 수여한 감사장은 23장. 그중에는 자치경찰 홍보 관련 감사장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치경찰제에 더 필요했던 건 '홍보'보다 '진단'이 아니었을까.노진실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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