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8> 밈코인과 동굴벽화 "밈코인과 NFT, 디지털 자산과 콘텐츠 경계 사라지는 신호탄"

  • 박종문
  • |
  • 입력 2023-01-03 17:40  |  수정 2023-02-24 08:24  |  발행일 2023-02-24 제21면
기술적으로 밈코인과 NFT 작동방식 다를 수 있어
문화적으론 대동소이한 현상
밈코인과 NFT, 크립토 시대의 문화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의 총체
정서적 표현과 거래 행위는 "선사시대 벽화와 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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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코인과 NFT가 미래세대의 보물창고가 되어가고 있다.

기술적으로 밈코인과 NFT의 작동방식은 다를 수 있다. 밈코인은 독자적 메인넷(mian net)이 필요한 암호화폐이므로, 거래검증을 위한 노드(node)가 있다. 물론 메인넷이나 검증자가 없는 밈코인도 있다.

NFT는 반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처럼 그 자체가 유일무이한 사물이자 징표이다. NFT는 암호화폐나 법정통화를 지불해서 구매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다.

문화적으로 보면 밈코인과 NFT는 대동소이한 현상이다. 두 개 모두 흥미로운 이미지 소재를 (재)활용해 해학적 느낌이나 예술적 의미를 찾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만한 문화적 원형을 발굴하고 사회적으로 재해석해서 크립토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이다.

전통산업에서 원료 조달부터 제조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상품이 전달되는 가치사슬이 있는 것과 유사하다. 밈코인과 NFT는 크립토 시대의 문화가치를 창조하는 활동의 총체이다.
일론 머스크는 밈코인 원조인 도지코인 아버지로 불린다. 도지코인은 2013년에 나왔지만, 10여 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머스크가 2021년 테슬라의 일부 상품에 도지코인 결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머스크가 2022년 4월에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에 이용자들이 트위터 서비스의 지불수단으로 도지코인을 사용할 수도 있음도 시사했다. 이른바 머스크 효과로 도지코인은 엄청난 인기를 받기 시작했다.

2022년 5월에 머스크는 NFT 원조인 BAYC를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로 설정했다. BAYC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의 약자이다.

BAYC는 NFT이다. 미국의 벤처 회사인 유가랩스(Yuga Labs)가 BAYC를 제작했다. 이것은 초기부터 유명인들 사이에서 인기 수집품이자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리자마자, 에이프코인(ApeCoin, APE)의 가격이 급등했다. 에이프코인은 BAYC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발행된 밈코인이다.

밈코인과 NFT에 나타난 정서적 표현과 거래 행위는 어쩌면 선사시대의 벽화와 유사하다. 구석기인들은 동굴 벽화에 여러 동물의 이미지와 움직임을 새겨 넣었다. 그 시대의 인간들에게 야생 동물은 생존의 근본 조건인 음식을 공급하는 매개체였다.

오늘날 종교적 신과 같이 경의와 숭배의 존재였다. 구석기인은 벽화 앞에서 지금의 제사와 유사한 여러 의례적 모임을 가지면서, 동일한 집단으로서 소속감도 배웠을 것이다.

동굴 벽화를 작성한 주술가와 같이, 머스크는 디지털 시대에 밈코인과 NFT의 전도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족의 대장은 들소 벽화에 내재된 중요한 의미와 예언적 능력을 부락에 알리고 동참하도록 요구한다. 머스크도 그의 추종자들에게 밈코인과 NFT가 거대한 부를 가져다주는 들소 벽화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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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집단이 밈코인과 NFT를 구매하고 보유함으로써 머스크를 향한 높은 신뢰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머스크와 그를 따르는 트위터 이용자들은 거리두기를 한 관객에서 그들만의 공동체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유명인의 말 한마디와 구매 행위에 밈코인과 NFT의 시장 가치가 크게 변동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밈코인은 디지털 자산의 기축 통화로 기능하는 비트코인과 동조현상(coupling)이 다소 약하다.

동조현상이란 서로 다른 현상이 유사한 패턴을 지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상관성 값을 제시하는데, 0에서 1까지 범위를 지닌다. 0은 서로 관련이 전혀 없음이고 1은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이다.

크립토 분석 사이트 인투더블록닷컴(intotheblock.com)은 최근 30일 동안 비트코인과 다른 코인과의 가격 상관성을 제공한다. 이더리움과 여러 알트코인 등이 비트코인과 0.9를 전후한 높은 상관성 값을 지니지만, 밈코인과 비트코인 간 상관성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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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밈코인과 NFT 시장이 유명인 효과로 활성화되는 것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분화와 전문화됨을 시사한다.

밈코인과 NFT의 탄생 공간은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기존 인터넷과의 차별점은 탈중앙화된 분산성이다. 그런데 거래소는 아직도 집중화된 구조이다. 2017년에 설립된 오픈씨(opensea.io)는 NFT를 독자 산업으로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오픈씨는 중앙화된 거래소이다. 뚜렷한 경쟁업체도 없다 보니, 수수료를 임의로 높게 책정할 뿐만 아니라 거래 가능한 NFT 선별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과거에 포털이 자기 입맛대로 언론사를 선택하여 뉴스 서비스에 올렸듯이, 거래소가 밈코인과 NFT의 상장 여부를 전적으로 결정한다.

당장에 거래소의 횡포를 제어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제도적 장치는 없어 보인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 제도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디지털 융합 환경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법적 근거가 모호해서 외국 서비스에 시장이 잠식당한 경우가 많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공중파와 유료 방송 서비스를 대체하고 있지만, 법 제도의 정립과 개편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밈코인과 NFT는 디지털 자산과 콘텐츠의 경계가 사라지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크립토의 도전과 기회에 국가적 대응 방안이 절실하다. <영남대 교수, nft-korea.eth>



박한우교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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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우 교수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수상했다. 과학정보 노벨상 '데릭 솔라 프라이스상'에 후보로 여러 번 올랐다. 퍼블론스(Publons) 최우수심사자(세계 1%) 명단에도 포함되었다. 국제저널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리서치닷컴(Research.com)에서 2022년에 발표한 사회과학 및 인문학 최고 과학자(Top Social Sciences and Humanities Scientists) 순위에서 국내 1위에 올랐다. 연구자의 연구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지표인 h 지수(h-index)가 48, 논문 피인용 6천322회, 논문발표 168편으로, 세계순위는 1천418위였다.

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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