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韓 신춘문예 100년' (1)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자유시의 출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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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3 07:55  |  수정 2022-12-26 08:37  |  발행일 2022-12-23 제33면
1914년 매일신보 '신년문예모집' 첫 공고
황순원·김동리·서정주 등장…시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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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신춘문예는 1914년 12월10일 '신년문예모집' 공고를 낸 '매일신보'였다. 1919년 12월2일의 '현상모집'에서는 신춘문예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다. 이후 동아일보 1925년, 조선일보는 28년 신춘문예를 오픈했고 현재 전국 일간지 25곳이 신춘문예를 실시하고 있다. 문학세계사가 1990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한 당선시집. 중앙서관은 당선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신춘문예(新春文藝)! 이게 광풍이던 시절이 있었다. 희망과 꿈은 절망에 묶여 있었지만 문심(文心)에 편승하면 우주 너머까지도 충분하게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 문학청년들은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의 총아가 될 수 있었다. 기자도 한때 문학청년이었다. 매년 12월이면 신춘문예란 계절병에 감염돼 당선용 작품이라 여기며 우체국으로 향했다. 그 기억은 이제 추억이 됐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는 신춘문예. 그 100년의 세월을 시를 중심으로 음미해 보기로 했다. 이 기획을 위해 만난 시인이 있다. 신춘문예 연구에 올인한 김동원 시인이다. 그가 연대별 신춘문예 경향을 정리해 보내왔다. 기자는 그걸 토대로 신춘문예 100년을 재구성해 봤다.

1908년 11월1일 '소년' 창간호에 실린 최초의 신체시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는 한국 현대 자유시 백 년의 출발점이자 해양시의 효시(嚆矢)다.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근대 질서의 창조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1919년 '창조' 창간호에 발표된 주요한의 '불놀이'는 산문시의 신지평을 열었다. 이 시는 인간의 관능과 욕정, 꿈과 실존이 뒤엉켜 물과 불의 이미지로 녹여낸 내재율의 놀라운 리듬을 보여준다. 이후 1920년 프랑스 상징주의를 비롯한 일련의 외래 사조가 이식되어 근대 자유시의 면모는 더욱 세련미를 갖추게 된다. 이런 시운동은 창조(1919), 폐허(1920), 장미촌(1921), 백조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1927년 카프(KAPE)의 등장으로 잠시 계급문학이 주도권을 장악한다. 카프는 리얼리즘 문학의 태동이자 근대문학 발전에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다.

수많은 근대 시인의 시법은 각기 다르지만 저변에는 '전통과 근대'의 길목에서 자유시의 아름다움과 힘, 기존 질서의 부정과 계승 사이에서 집요하게 갈등하고 모색한다. 시조가 현대시조 부흥 운동으로 가닥이 잡혔다면, 근현대 자유시의 출발은 세 갈래로 뻗어 나간다. 유학생들에 의해 유입된 서구 자유시와 전통 율격을 계승 변형한 운문시, 일본 잡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신춘문예가 그것이다.

우리나라 첫 신춘문예는 1914년 12월10일 '신년문예모집' 공고를 낸 '매일신보'였다. 이에 앞서 1912년 2월9일의 '현상모집'은 신춘문예의 단초이다. 시와 소설, 서정서사(敍情敍事), 각지기문(各地奇聞), 속요(俗謠), 소화(笑話) 등 6개 부문이었다. 매일신보 1919년 12월2일의 현상모집에서는 신춘문예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다. 한시, 신체시, 시조, 미어(謎語·수수께끼), 만화 등도 모집했다.

현상금 표현 대신 '박사진정(薄謝進呈·사례로서 얼마 안 되는 돈이나 물품을 준다)'이라 했다. 소설의 경우 1등에게는 60원, 2등에게는 30원. 당시 쌀 중급품 한 가마가 30원, 택시 요금이 1원(균일가). 첫해에는 4편의 소설과 8편의 시가가 뽑혔다. 첫해 주제는 '싸움 이야기'와 '용 이야기'였다.

이후 1925년 동아일보, 1928년 조선일보, 1947년 경향과 강원일보, 1950년 서울신문, 1955년 한국일보, 1963년 중앙일보도 가세한다. 현재 전국 일간지에서 신춘문예를 실시하는 곳은 얼추 25곳 정도 된다. 배달의 민족도 2015년부터 25자 이내 창작시를 대상으로 '배민 신춘문예'를 시작한다.

1930년대 초기 신춘문예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황순원의 동아일보 당선작 '우리의 새날을 피바다에 떠서'(1933), 김동리의 조선일보 당선작 '백로'(1934·입선)란 작품이다. 이후 그 둘은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신한다. 서정주의 동아일보 당선작 '벽(壁)'(1936)은 해프닝 당선작이다. 원래 신춘문예용이 아니었는데 담당 기자가 착각해 당선작으로 뽑아서 시인도 웃게 만들었다. 조선일보 김광균의 설야(雪夜·1938·입선작) 역시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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