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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연말 특별사면을 앞두고 막판 '숙의'에 들어간 모양새다.
특히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사면 대상에 올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무부 사면심사위는 지난 23일 법무부 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결정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15년의 남은 형기가 있는 이 전 대통령은 사면과 복권 명단에, 약 5개월여 남은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김 전 지사는 잔여 형만 면제되는 경우라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다. 앞서 김 전 지사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사면 거부 입장을 밝혔는데, 심사위는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김 전 지사를 사면 명단에 포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야는 주말 내내 논평을 통해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누가 사면해달라고 했느냐.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남의 눈의 티끌을 탓하는 격"이라며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께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이 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년 형기가 남은 이 전 대통령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5개월 형기가 남은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없는 사면을 끼워 넣고 생색을 내겠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로남불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했듯이 윤 대통령도 당연히 이 전 대통령을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도 잔여 형기 17년과 벌금 150억원이 남아 있었는데 사면했다. 이 전 대통령만 잔여 형기가 많이 남아 사면이 불가하다는 민주당 논리는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전 도지사 복권이 아닌 사면이 이뤄진 데 대해서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댓글조작 관련 인사들과 균형을 맞춰 판단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번 사면 대상 가운데 대구 경북에서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보수단체를 불법 지원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징역 1년이 확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사면될 전망이다. 야권에선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도 대상에 올랐다.
다만 재계에서 사면을 기대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등은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이뤄진 광복절 특사 때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경제인을 대거 사면한 만큼 이번 연말 특사에서는 가급적 제외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은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윤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심사위가 결정한 명단과 최종 결과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사면 대상자를 최종 확정하고 28일 자로 사면을 단행할 전망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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