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역사도시대구복원] 경상감영 복원사업 현주소...경상감영 복원 '보호구역 매입-대구우체국 이전' 난제 풀어야

  • 이남영
  • |
  • 입력 2023-01-10 07:00  |  수정 2023-01-10 08:57  |  발행일 2023-01-10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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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965년 경북도청사가 있던 현 경상감영공원. 1970년 공원으로 조성돼 1997년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조선시대 '8도' 체제가 도입되면서 지방 행정제도가 개편됐다. 각 도에는 지방 통치의 책임을 맡아 행정·사법·군사를 총괄하는 관찰사가 파견됐다. 이 관찰사가 거주하며 업무를 보던 곳이 바로 '감영(監營)'이다. 경상감영은 1601년(선조 34년) 현재 위치인 대구 중구 포정동에 설치됐다. 이를 계기로 대구는 경상권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400년이 넘은 경상감영은 대구가 한성(서울), 평양과 함께 조선 3대 도시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일제의 난도질과 후대의 무관심 등으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최근 복원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발목을 잡는 문제들이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토지 매입 등에 329억원 들어가
협의보상 탓 예산 확정도 못해
경북우정청과 우체국 이전협의
이견 못좁혀 장기간 진척 없어

전문가 "대규모 프로젝트 필요"
강원·전라감영 복원 대표사례
역사성 살리고 정체성도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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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강원감영 전경. 〈원주시 역사박물관 제공〉

◆'대구의 자부심' 복원 더딘 이유

일제 침략이 본격화하면서 경상감영의 뼈아픈 수난이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대구는 다른 도시와 달리 경상감영을 통째로 일제에 내주게 됐고, 결국 침탈기지로 변했다. 경상감영 진입로에 있던 관풍루는 현 달성공원 부지로 옮겨졌고, 부속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일본군 헌병대 건물과 병무청 등이 들어섰다. 현재 경상감영에는 선화당(宣化堂)과 징청각(澄淸閣) 등 일부 시설만 본래 터에 남은 상황이다.

대구시는 2013년부터 경상감영 복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해 경상감영 주요 건물 배치도 등을 발굴하고 복원·정비 용역연구를 완료했다. 이후 옛 병무청 터를 매입해 달성공원에 있는 관풍루를 본래 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는 초석도 다졌다. 2017년 경상감영이 사적 제538호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3월 옛 경상감영 정문이었던 관풍루와 중문인 중삼문이 있던 부지 일대가 사적 및 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1단계 복원사업을 국비 지원으로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포정문(관풍루)~중삼문~선화당으로 이어지는 경상감영의 중심축과 함께 감영 고유의 기능과 문화를 복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경상감영 복원 사업의 주요 쟁점은 '옛 병무청 인근 보호구역 필지 확보'와 '우체국 이전'이다. 대구시는 2019년 확보한 옛 병무청 부지(3천42㎡)에 관풍루 이전과 중삼문 복원을 실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풍루와 중삼문을 지나 선화당을 진입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병무청 부지 외에도 보호구역 7필지(943.5㎡)의 추가 매입이 필요하다.

우체국 이전은 제자리걸음이다. 관풍루와 중삼문으로 이어지는 진입공간 복원에 대한 기틀은 마련했으나, 인근의 대구우체국이 가까이 있어 본래 모습을 되찾기가 힘들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우체국 이전 문제를 놓고 2016년부터 경북지방우정청과 논의하고 있으나 부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장기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상감영 복원에는 토지 매입비를 포함해 약 329억원이 예상되나, 토지 매입이 '협의 보상' 방식이라 예산을 확정할 수 없다"며 "다만 지난해 3월 사적 추가 지정 등으로 1단계 복원사업 과정의 절반 정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경상감영 복원을 위한 토지 매입과 우체국 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가시적인 일정을 밝히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전라감영
전라감영이 복원을 통해 옛 모습을 일부 되찾았다. 〈전주시 제공〉

◆다른 지역의 감영 복원 사례

강원감영(원주)과 전라감영(전주)은 대규모 복원사업을 통해 감영의 역사성을 살리고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에서 복원사업이 가장 잘된 곳은 강원감영이다. 1995년 복원정비계획 돌입 당시 강원감영에는 선화당·포정루가 남아 있어 보수 작업을 시행했다. 이어 발굴조사 과정에서 관찰사의 숙소로 청운당 터와 행각 등이 발견돼 1998년부터 본격 공사가 시작됐다. 1단계 복원 사업은 청운당·행각 등을 중심으로 진행해 2008년 완료했다. 관찰사 휴식공간인 후원과 연못 등을 복원하는 2단계 복원사업은 2011~2018년 진행됐다. 현재 복원된 강원감영에서는 전시회·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리고 있다.

강원감영은 2단계 복원사업 당시 현재의 경상감영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강원감영 터에도 원주우체국(2천700㎡)이 자리하고 있어 복원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 하지만 원주시는 원주우체국 이전 논의에 적극 나선 끝에 강원지방우정청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부지 교환 합의를 이끌어 내고 감영 2단계 복원사업을 순조롭게 완료했다. 박광식 원주시역사박물관 문화재팀장은 "문화재 복원사업이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강원감영의 모습을 한 번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대구 역시 경상감영이 있었던, 경상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로 문화재 복원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전라감영은 경상감영과 달리 기존 터에 남아 있던 건물이 단 하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지도 등 자료 발굴과 함께 전국의 감영을 방문하고 선화당·측우기 등을 참고했다. 전라감영은 2020년 1단계 복원사업을 완료했다. '전라감영 복원백서'를 만드는 동시에 관찰사의 통치 영역인 선화당과 인근 동편 부지의 7개 건물을 복원했다. 현재는 2단계 복원사업을 위한 부지를 확보해 복원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종이로 유명했던 전라도의 특성을 반영해 지소(한지를 만드는 곳), 인방(책을 만드는 곳) 등 종이와 관련된 기관 복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경상감영 복원이 이뤄지려면 감영의 특성에 맞춘 시설 복원과 함께 대규모 프로젝트의 진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영화 전 대경대 교수(전통건축 전공)는 "경상감영은 다른 감영과 기능은 비슷하지만 색다른 기관이 여럿 있다. 본청인 선화당과 처소인 징청각을 이어주는 복도인 여수각, 기생문화를 나타내는 교방 등 경상감영만의 독특한 시설과 기능들을 역사적 사건과 연관해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는 '근대' 역사에 상당히 치우쳐 있지만 그 이전에 달성토성·경상감영·대구읍성 등 전통적인 문화재가 많다. 비교적 조명받지 못한 역사도 적극 발굴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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