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부심 경상감영 10년째 복원 지지부진

  •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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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18:48  |  수정 2023-01-12 15:05  |  발행일 2023-01-10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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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당시 경상감영의 정문 관풍루(영남포정사).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대구가 고도(古都)란 점을 잊고 살았다. 거주지를 만들고 제대로 모여살기 시작한 흔적인 달성토성을 감안하면 무려 2천년 도시의 저력을 대구는 보유하고 있다. 대구 곳곳의 '공간'들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대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멀게는 달성토성, 가깝게는 경상감영(慶尙監營)이 대표적이다. 근현대 이전의 대구역사를 우리가 다시금 조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강원·전라 등 타지역 속도
'경상도 首府' 입증 문화재
원래 건물·기능·유적 배치
정밀한 파악부터 선행돼야
 


2023년도 문화재청 예산안은 지난해보다 12.4% 늘어난 1조3천508억 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문화재 보존관리 정책 강화, 고도(古都) 보존 및 육성, 문화재 재난 예방 등이 증액됐다. 빠듯한 나라살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역사복원과 보존은 현세대에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의미다.


고도 복원 측면에서 보면 대구의 경상감영은 늦은 감이 있다. 8도 관찰사, 그중에서도 가장 넓은 영토를 관할했던 '영남의 수도, 대구 복원'은 현대적 관점의 역사세우기 작업에서는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대구 중구, 그것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경상감영은 대구가 조선시대 경상도의 수부(首府)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유적이다. 원삼국시대 대구인들이 축성한 달성공원이 일제강점기 신사가 들어서면서 훼손된 후 동물공원으로 변질됐다면, 경상감영은 우리의 역사적 소양 부족을 보여주는 또다른 흔적이다.


오늘날의 대구는 경상감영을 통해 성장하고 뻗어났다. 일제의 침탈로 감영의 본래 모습은 1차적으로 크게 훼손됐다. 설상가상 근대화-개발시대를 거치며 대구의 규모와 뼈대는 점점 커졌지만 잃어버린 감영의 역사현장은 오히려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대구시는 뒤늦게 경상감영 주요시설 복원 사업을 10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완이다. 예산도 의지도 박약하다.


그 사이 다른 지역 감영들은 속속 복원되고 있다. 강원감영은 관찰사의 업무 공간과 휴식 공간 복원 사업을 완료했으며, 전라감영은 2단계 복원 사업을 위한 부지를 이미 확보했다. 감영을 복원한 타 지자체는 이미 역사축제를 가미하며 도시의 정체성 확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역사 길러내기' 경쟁이다.


대구가 경상감영의 우수한 역사성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먼저 원래 감영 전체의 건물과 기능, 유적 배치를 보다 정밀히 파악하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대구시는 물론 관계기관의 대대적인 조사와 발굴, 범시민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영화 대경대 전 교수(전통건축 전공)는 "'대구'라는 지명은 1300년도 쯤부터 쓰였다. 그만큼 대구는 역사적인 도시지만 근대 이전의 모습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며 "우리의 뿌리와 역사를 알고 후대에 이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문화재 복원 사업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대구의 문화 '공간' 복원으로 문화강국의 길을 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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