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인사를 찾아서]'구미 출신'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평화통일 기운이 들불 되도록 영남인들 뭉쳐 선도적 역할 해주길"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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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1 07:17  |  수정 2023-02-01 07:27  |  발행일 2023-02-0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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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서울시 중구 장충단로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설명하며 포즈를 취했다. 〈민주평통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대북 로드맵으로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나왔을 때 획기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선 비핵화'보다 비핵화 단계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이다. 또 경제적 조치와 함께 정치·군사적 조치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 포괄적이다. 이처럼 실용과 유연성을 강조한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 구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구미 출신 김관용 수석부의장(부총리급)은 의장인 대통령에 이어 민주평통을 이끄는 실질적 수장이다.

통일로 가는 길
원칙 기반 호혜적 관계 제안


"남북 중 한쪽이 양보하지 않고
평화·공동번영 기틀 열어가야
2만여명 자문위원 무보수 헌신
청년이 통일에 더 관심 갖도록
미래세대 함께하는 활동 주력"

40여 년 공직생활
최대 성과는 경북도청 이전


"단순히 청사만 옮긴 것이 아닌
도읍지를 바꾼 700년 역사 대업
가장 맘에 드는 별명은 '들이대'
정책 일단 결정되면 밀어붙여야
나의 저력 도민이 믿어주었기에
소신껏 도정 펼칠 수 있었던 것"

◆국내외 273개 협의회 조직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 수석부의장은 '평화통일 운동의 구심점'으로 민주평통을 소개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통일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대통령께 건의하고, 통일에 관한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는 등 범민족적 의지와 역량을 결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평통은 국내외 273개의 협의체를 둔 범세계적 조직이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이북 5도, 해외 5개 권역에 지역회의와 지역협의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김 수석부의장은 "국내 1만6천명, 해외 3천900명 등 총 2만여 명의 자문위원이 무보수 명예직으로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한 봉사에 헌신하고 있다. 민주평통이 평화통일 운동의 플랫폼으로 중심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고, 청년들이 평화통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통일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남북관계, 통일의 길은 무엇일까. 김 수석부의장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고, 원칙과 상호존중에 기반한 호혜적 관계'를 제안했다. 무기를 갖고 전쟁하는 통일이 아니라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북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한 가운데 공동번영의 기틀을 마련한 후 통일의 길을 열자고 강조했다.

◆'꼴머슴'이 될 뻔한 성장기

그는 경북 선산군 고아읍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인심이 좋았다.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고 가정 방문을 왔다. 선생님은 "포기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하면서 살아라. 뭐든 해야겠다 싶으면 자전거 페달 밟듯이 목표대로 계속해라. 그러다 보면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고 목적지까지 달려간다"는 말을 해주었다. 가난으로 너무 일찍 삶의 버거움을 알아버린 어린 사내아이의 가슴에 '작은 불씨' 하나가 켜진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5남매를 보살폈다. 누군가 어머니에게 그를 꼴머슴으로 보내라는 제안을 했다. 당시 상머슴에게는 쌀 열 말을, 꼴머슴은 밥만 먹여주는 조건이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거절하고, 오히려 그를 학교에 보냈다.

어려운 살림에 그를 공부시킨 것은 일찌감치 섬유공장에 취업한 누이였다. 그는 "때때로 누이는 마치 하얀 눈사람처럼 보였다. 공장에서 날리는 온갖 먼지와 실타래들이 어린 누이의 고운 얼굴을 뒤덮어버렸던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되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은 열차에서 찾아왔다. 열아홉 살에 초등 교사로 첫 직업을 가진 그는 1시간30분이 걸리는 구미와 대구를 오가는 통근열차에서 누군가의 대화를 엿들으며 '학점' '고시'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됐다. '그 고시 내가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해 청와대 행정관이 됐으며, 이후 지방자치 초대 민선 구미시장, 경북도지사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

경북도지사 시절 그는 'Mr. 새마을' '야전 사령관' 등 여러 별명으로 불렸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DRD(들이대)'이다. 한번 결정한 건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고 해서 생긴 것이다.

김 수석부의장은 "중대한 정책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 수많은 고민을 하지만, 일단 결정하고 나면 확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모든 문제와 답은 현장에 있다. 저의 들이대는 저력을 도민들이 보아왔고, 또 믿어주셨기 때문에 소신껏 일할 수 있었다"며 도지사 시절을 회상했다.

40여 년 공직생활에서 가장 큰 성과로는 경북도청 이전을 꼽았다.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안동에 건립된 경북도청 신청사는 전통적인 한옥 형태로 지어졌으며,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실용성을 갖추었다.

그는 "도청 이전은 단순히 청사 건물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경북의 도읍지를 옮기는 700년 역사의 대업이라고 생각했다. 행정과 문화, 역사와 혼이 옮겨가는 정신의 문제로 이를 통해 경북도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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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관용 부의장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민주평통 제공〉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지방소멸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대구 237만, 경북 260만명으로 대구경북의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16개 지자체가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

김 수석부의장은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매우 심각하다. 나라 전체의 12%인 수도권 면적에 50%나 되는 사람이 살고 있다. 당장 지방이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미래 후손에게 큰 재앙을 안길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차별 없는 정치와 행정'을 강조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이양할 것은 과감히 넘기고, 대신 책임은 확실히 묻는 수평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대구경북민에게 특별한 역할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지난 역사에서 영남인들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선봉에서 구국의 향도로 제 역할을 해왔다. 영남인들이 다시 한번 하나로 뭉쳐 평화통일의 기운이 들불처럼 퍼져나갈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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