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에 대구 생산업체 침울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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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1  |  수정 2023-01-30 17:58  |  발행일 2023-01-31 제2면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3년 여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지역 마스크 업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코로나19 발병 초창기에 수요가 급증해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빚어졌으나 이후 생산업체 수와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과잉 공급'이 발생했다. 지역 마스크 제조업계는 이제 마스크 착용의무까지 없어지면서 더 이상 마스크 제조업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스크 생산 등 수급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020년 2월 넷째 주 당시 6천990만개였던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같은 해 8월 넷째 주 기준 2억7천368만개로 늘었다. 이후엔 매주 1억개 이상 꾸준히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연스레 마스크 가격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KF-94 마스크의 경우 2020년 2월 당시 4천원 이상에 거래됐으나 2021년부터 700원 이하로 가격대가 형성됐다.

마스크 제조업체는 급증했다. 2020년 1월 137개소였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2년여 만에 1천595개소로 늘었다.

코로나 1차 대유행의 피해가 컸던 대구에도 마스크 제조에 뛰어든 기업들이 다수 분포했다. 한 자릿 수에 불과했던 마스크 업체는 단기간에 수 십개사로 늘었고 40여 업체가 모여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을 창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침체국면을 비껴가진 못했다.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회원사 마스크 공정 가동률은 10%에 불과한 상태다. 마스크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설비투자비용도 회수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됨에 따라 수요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선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역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발병 첫 해를 제외하고 이후에는 계속 하락세다. 이전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는 곳이 2~3곳 정도밖에 없었는데 당시 마스크 부족 현상이 빚어지자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공정을 신설했다"며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량만 늘다보니 어려움에 처했다. 설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사업을 접지 못하고 힙겹게 끌어왔는데, 이번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되면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어질 것 같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에 마스크 제조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마스크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마스크를 필요로 할 때 생산여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업체들이다. 가격 폭등은 수요 예측 실패와 유통 과정의 문제인데 애꿎은 제조업체만 비난을 받아 안타까운 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마스크 업체들은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 정책에 따랐을 뿐이다. 특히 대구의 마스크업체들은 섬유, 전자 제조업을 하면서 장비를 구축한 기업들로, 지역을 위한다는 취지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언제든 마스크를 다시 필요로 하는 시기가 돌아올 수 있다. 폐업·도산 위기에 처한 마스크 업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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