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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대구시립교향악단과의 마지막 연주회를 갖는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9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제 삶을 돌아봐도 아주 중요한 시점에 대구에 있었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9년간 대구시립교향악단을 이끈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오는 24일 제492회 정기연주회를 끝으로 대구시향을 떠난다.
지난 9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만난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대구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이 도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고, 대구와 대구시민들이 내 마음속에 살고 있다. 대구에서의 아름다웠던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바체프 지휘자는 2014년 4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 참여한 정기·기획연주회는 대부분 '전석 매진'이 될 정도로 대구에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대구시향을 이끌고 첫 유럽 3개국 투어에 나서기도 했다.
"대구시향과의 모든 연주회가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유럽 투어에서 대구시향이 좋은 인상을 남기고 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 비엔나 필하모닉,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와서 대구시향의 연주를 들었는데,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잘 성장했고, 그동안 얼마나 좋은 연주를 했는지 확인해줬습니다."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취임 후 대구시향을 고유의 음악적 특성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재임 기간 어느 정도 이 목표에 대한 성과를 거둬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 대구시향에 왔을 때 단원들 하나하나가 좀 더 특별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기를 바랐습니다. 얼마 안 되어 단원들이 각자 음악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훨씬 자유롭게 연주했습니다. 그 결과, 대구시향은 한국에서 정말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빠른 속도로 좋은 소리를 갖게 됐습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당시 대구시향도 공연을 연기해야 했고, 이 시기는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에게도 힘든 시기였다. 코로나19 이전 마지막 공연 이후 6개월 만에 공연이 재개됐지만, 대구시향은 관중 없이 비대면 공연을 진행해야 했다.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팬데믹 기간 우리는 많은 것을 하지 못했지만, 그 기간 시향 단원들도 서로 도와주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그 시간을 잘 겪어왔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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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대구시립교향악단과의 마지막 연주회를 갖는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9년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그의 대구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인 제492회 정기연주회는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으로 시작해, 첼리스트 임희영과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을 협연한다. 공연의 대미는 슈베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9번 '그레이트'로 장식한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9번은 교향악 레퍼토리 중 아주 훌륭한 레퍼토리 중 하나입니다. 대구시향의 성장 과정과 그것을 지켜볼 때,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는 오케스트라를 위해 선곡한 곡입니다. 5년 만에 반복하게 되는 레퍼토리인데, 그 사이 얼마나 오케스트라가 성장하고, 단원들이 얼마나 성숙하게 됐는지를 분명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정기연주회가 끝난 후 대구시는 그간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감사패를 코바체프 상임지휘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코바체프 상임지휘자는 대구시향을 떠난 후에도 한국 또는 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대구 시민들에게 대구시향에서의 아름다운 시간과 그 성과, 사랑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대구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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