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호흡기 질환 일으키는 황사·미세먼지, 봄바람 타고 와 염증반응…작다고 무시하면 '큰코'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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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1 07:24  |  수정 2023-03-21 11:02  |  발행일 2023-03-21 제13면
1급 발암물질…입자 매우 작아 인체 깊은 곳 유입 가능
폐·기관지 붓게 하거나 혈관 타고 전신증상 일으키기도
외출시 보건용마스크 써야… 배·미나리·미역 섭취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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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호흡기 질환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보통 3월부터 높은 수준의 황사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는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는 미세먼지는 각종 중금속을 함유할 뿐 아니라 입자가 매우 작아 인체 깊은 곳까지 유입될 수 있다. 폐암만큼 무섭다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 기도가 좁아지고 폐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흡연, 유해가스 노출, 공기 오염 등으로 폐와 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생겨 발병한다. 특히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예방이 필요하다. 국내 4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에게서 발병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2020년 전 세계 10대 사망원인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이 3위를 기록했다. 2050년에는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2020년 국내인구 10만명당 11명이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사망할 만큼 위중한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0세 이상 유병률은 13.3%, 70세 이상은 48.5%로 노년층 유병률이 높다. 대부분 초기 증상은 거의 없지만 폐기능이 30~40% 떨어진 상태가 돼야 발견될 만큼 조기발견과 대응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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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 진현정 교수

◆봄의 불청객

황사는 중국과 몽골 건조 지역에서 모래먼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현상이다. 먼지 발생 지역에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흙먼지 등이 지상으로부터 4~5㎞ 상공까지 상승한 후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봄철인 3월부터 5월까지 관측된다. 하지만 최근 동북아 지역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황사의 빈도 및 강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도로먼지 등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해 발생하는 대기 부유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직경이 0.1~2.5㎛이다. 초미세먼지는 직경 0.1㎛ 미만 물질을 말한다.

◆유해 물질 많은 황사

황사에는 모래 먼지뿐만 아니라 니켈, 카드뮴, 납, 크롬 등 중금속 그리고 이들 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진 질소화합물과 황산화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도 포함돼 있다. 황사 이동 경로가 중국 공업지대를 통과하는 경우 유해물질이 더 많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연소입자는 탄소성분을 유기탄화수소, 질산염, 금속, 황산염 등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를 가지며 이 모든 성분이 입자의 독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에 미치는 영향

황사에 포함된 먼지와 오염물질은 눈이나 피부에 닿거나 코나 기관지로 들어온다. 특히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들은 입자 크기가 아주 작아 코나 기관지에 있는 섬모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세기관지나 허파꽈리까지 들어가서 각종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기관지가 수축하거나 붓게 된다. 또한 혈관 내로 들어가서 전신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인 경우에는 황사가 심한 날에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간혹 목이 따갑거나 눈이나 피부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기침과 콧물, 재채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약자는 증상 발생 가능성이 높다.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은 콧물, 재채기,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심해질 수 있다. 실제 황사 기간 호흡기 증상 악화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응급실 방문, 입원 횟수가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황사에 노출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권장 음식

미세먼지를 씻어 주는 데 물이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을 자주 마시게 되면 기관지에 있는 미세먼지를 씻어내 소변으로 배출된다. 미역 등 해조류에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K와 독소 배출에 효과적인 칼륨이 풍부해 미세먼지 해소에 효과가 있다. 해조류는 체내 쌓일 수 있는 중금속이나 발암물질 등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에 좋은 과일로는 배가 있다. 배는 기관지에 좋은 루테올린이 있어 폐 염증에 좋고, 가래나 기침을 줄여준다. 푸른 채소인 미나리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해 미세먼지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화 시 주의 사항

황사가 발생했을 때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 예보 등급이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이면 외출이나 실외 운동을 삼가야 한다. 뉴스나 각종 전광판, 인터넷(대구시 실시간 대기정보 시스템 http://air.daegu.go.kr) 등을 통해 황사 주의보, 미세먼지 주의보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출해야 한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도 질환 환자가 마스크 착용 후 호흡곤란, 두통 등과 같은 불편감이 느껴지면 바로 벗어야 한다. 보건용 마스크는 정전기 필터가 있어 미세먼지까지 걸러주어 오염물질 흡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마스크는 얼굴에 밀착되도록 착용해야 한다. 물에 세척할 경우 효과가 떨어져 재사용하면 안 된다. 외출에서 돌아온 후에는 손과 발을 씻고 세수, 양치질을 깨끗이 해야 한다. 또한 머리카락에 황사 오염물이 많이 붙어 있기 때문에 샤워하면서 머리도 함께 감는 것이 좋다.

영남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진현정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는 사람은 황사 기간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기존에 치료하던 약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는 것도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 교수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는 공기청정기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환풍기와 공기청정기는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필터 교체를 하는 등 관리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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